與의총 '박근혜 비대위' 권한·시기 갑론을박
한나라당이 12일 국회에서 개최한 의원총회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의 권한과 활동 시기 등을 놓고 당내 제 세력간 첨예한 이견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친박(친박근혜)계 대부분과 친이(친이명박)계 일각 그리고 당 중진들은 '박근혜 비대위'가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한 주도권을 포함해 전권을 갖고 내년 총선까지 활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쇄신파는 '박근혜 비대위'의 가장 큰 임무는 신당 수준의 재창당인 만큼, 비대위 활동 기간은 재창당 준비에 국한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대권 경쟁자인 정몽준 의원은 전당대회 개최를 거듭 주장했다.
친박계 김학송 의원은 의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를 앞두고 전당대회를 열자는 것은 위험하다. 어제 아수라장이 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봤지 않느냐"면서 비대위가 총선 체제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역시 친박계인 손범규 의원은 의총 발언을 통해 "비대위로 하여금 재창당 준비만 하게 하고 끝낸다고 할 때 어제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자. 더럽게들 하지 않더냐"면서 "이렇게 되면 또 하나의 권력투쟁 양상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이계 출신 윤영 의원은 "야구로 치면 지금 7회말 6대 0 정도로 지고 있다. 많은 투수들이 던졌지만 번번이 국민타자에게 실점해 마지막에 '박근혜 투수'가 올랐는데 감독이 무슨 주문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니 마음껏 해봐라'는 말밖에 없다. 마지막 투수에게 전권을 맡겨야 한다"고 공감했다.
그러나 쇄신파를 주도하는 정두언 의원은 의총 직전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위중한데 홍준표에서 박근혜로 얼굴만 바뀐 채로 가면 그 나물에 그밥이란 말을 듣지 않겠느냐"면서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바뀌는 최소한 그 정도는 해야 그나마 선거에 임하기 전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고 신당 수준의 재창당론을 거듭 강조했다.
쇄신파인 권영진 의원도 의총에서 "한나라당 틀을 유지하고 대통령을 탈당하라고 하는 건 구시대적 수법이다. 지금은 박 전 대표가 아니라 박 전 대표의 할아버지가 와도 안된다"며 "신당 수준의 재창당으로 가야 하고, 새 정당의 전당대회가 또 권력투쟁이 우려된다면 대표를 굳이 안둬도 된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들어서니까 당을 접수하고 총선까지 활동하라는 의원들이 있나 본데, 그런 분들은 충신이 아니라 간신"이라면서 "비대위는 재창당 준비를 해줘야 한다. 그 일을 마무리하고 비대위는 해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의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상 상황이 오래간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비대위는 현재 상황에서 정상적인 지도부가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면서 '비대위 구성→전대 개최'를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의총에서 "현재 당 최고위원은 나경원 의원을 포함해 5명으로, 나 최고위원이 사퇴했다는 보도가 있지만 본인이 기자회견을 하지는 않았다"면서 "나 최고위원은 '당의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협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한다"고 말해 나 최고위원이 오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비대위 구성 안건을 추인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체 의원 169명 중 140명 가량이 참석해 '당 위기 극복'을 위한 의총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의총 초반에는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요구해온 쇄신파와 재창당파 의원들이 잇따라 발언대에 올랐다.
친이계인 심재철 의원은 "부인을 빼고 다 바꾸는 혁명적 변화를 해야 하고, 이는 재창당이 돼야 한다"며 "비상대책기구가 가야 할 길은 재창당이며, '재창당위원회'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창당파이자 김문수 경기지사와 가까운 차명진 의원은 "비상대책기구의 권한을 최고위 수준으로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며 "다만 재창당을 명문화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도 지금의 모습으로는 안되며, 수도권에서 (지지층을)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재창당파인 안형환 의원은 '반(反)좌파 텐트론'을 제안했다. 좌파 정권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는 '반좌파 연대'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새 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쇄신파인 정태근 의원은 "주저없이 잘못된 것, 낡은 것을 끊어야 하다. 최선은 당을 해체해 신당을 만드는 것이고, 그게 보수정치를 살리기 위한 책임정치"라며 "스스로 깡그리 부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태 의원은 "기존 한나라당식 보수는 끝났다고 정식 선언됐다"며 "'박근혜 비대위'를 출범하되, 박 전 대표가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친박 의원들의 반박도 중간중간 이어졌다.
윤상현 의원은 "지금 비상상황의 한나라당에게 한줄기 빛이라면 박근혜 전 대표"라며 "한 방 맞을 각오로 조기 등판을 하는 것인데, '언제까지 하라', '뭐를 하라'는 조건을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충환 의원은 "리더들의 잘못을 인식해야지 당 해체를 쉽게 말할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다만 '박근혜 비대위' 논란의 이면에 공천 주도권이 내재돼 있지만, 의원들은 이 문제의 휘발성을 감안한듯 애써 언급을 피했다.
박 진·심재철 의원 등은 "지금 상황에서의 공천권 언급은 쇄신의 장애물", "공천 얘기를 꺼내선 안된다"고 말했고, 권영진 의원은 "비대위가 공천 원칙·기준을 만들되 박 전 대표가 공천작업을 해선 안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당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요인으로 꼽히는 계파 갈등을 극복하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친박계인 현기환 의원은 "친박이 공식적·실질적·명시적으로 친박을 해체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박 전 대표가 대표 권한을 갖게 되니 '친박인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해선 안되며, 시스템 공천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 진 의원은 "한나라당은 아직 한지붕 두가족으로, 계파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는 비상대책이 무의미하다"며 당의 책임과 반성, 희생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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