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新재정협약 '다된 밥아니다'…비준 '복병'
유럽연합(EU)이 재정통합을 위해 추진키로 한 '신(新) 재정협약'을 하는 이행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비준 변수'가 새롭게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불거지기 전만 해도 EU 정상회의가 도출한 재정위기 해소방안이 어느 정도 구체화 된 만큼 시장의 이목이 미국과 중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비준이라는 새 변수가 등장하면서 유럽 쪽에도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할 판이다. 이는 신 재정협약을 비롯한 EU 정상회의 결과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강력한 재정통합'이라는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 된 밥' 아니다…비준 변수 부상
EU 정상들이 지난 9일 회담에서 합의한 신 재정협약은 각국 정부의 동의만 필요하다는 것이 EU의 해석이었다. 기존 조약 개정시 각국 의회 비준이나 국민투표가 필요한데 반해 부속의정서만 개정하고 일부 내용만 추가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치적 장애 없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측면이 이번 합의의 특징으로 소개됐다. 시장에서도 이런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새로운 협약체제의 골자가 드러나자 상당수 회원국에서 의회 찬반투표나 국민투표 회부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논쟁이 일고 있다. 정상회의 직전에도 지적됐던 '재정주권을 상당부분 EU에 넘겨야 하는 문제'가 논란의 핵심이다.
12일 국내외 소식통과 증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 참여한 아일랜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덴마크 등에서 이 같은 논란이 일고 있다. 핀란드, 체코, 라트비아 등에서의 논의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EU 정상회의 직후에 나왔던 국내 증시 전문가들의 '환영' 분위기도 상당히 달라졌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국민투표일 수도 있고 의회 승인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각국이 매끄럽게 동의할 수 있는 이슈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심재엽 연구원도 "신 재정협약이 합의됐지만 예상수준에 부합하는 정도"라면서 "만일 유럽중앙은행(ECB)이 발권력을 동원한다면 유로존 위기 진화의 기폭제가 되겠지만 아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로존 붕괴이슈 재부각 가능성
유럽 재정위기 해결 낙관론에 대한 경계심과 함께 유로존 붕괴 이슈가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미래에셋증권 박 연구원은 "어쨌든 이번 통합 논의마저도 원활하지 않았다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신용등급 강등을 이미 경고했기 때문에 더 큰 부담으로 남았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회담 결과가 지난 10월26일 유럽 정상회의 때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며 미흡함을 지적했다.
그는 "당시(10월)에도 큰 틀에서 위기 해결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구체안 부족과 은행권 채무조정(디레버리지) 압력 심화로 유럽 상황이 다시 악화됐다. 지금도 두 가지 문제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ECB의 적극적 양적 완화 개입 외에 상황 반전의 카드는 부족해 보인다는 게 박 연구원의 분석이다.
S&P는 EU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 8일 27개국으로 구성된 EU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며 'AAA'인 EU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S&P는 EU 정상회의가 끝나는 대로 평가를 마칠 계획이라며 유로존 회원국의 신용등급 검토 결과에 따라 EU의 신용등급도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연구원은 "각국이 국민투표는 아니더라도 의회 비준을 하게 되면 처리 지연에 따른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비준이 되더라도 회원국이 이를 거부하면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의지가 있는지를 계속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의 성과를 채권자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S&P 등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관심사"라면서 "경고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으라는 요구였다. 그런데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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