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출신 세계적 예술가 김수자

인류애·화합의 메시지 영상에

대구미술관은 올해 마지막 전시로 프로젝트룸에서 특별전 '김수자'전과 4, 5전시실에서 상설전 이쾌대전을 연다. 김수자는 대구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가로, 1977년 보따리 수백 개를 자신의 트럭에 싣고 우리나라 전역을 떠돌아다니는 퍼포먼스 예술로 주목받은 후 세계 곳곳의 광장에서 보따리와 바늘을 주제로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쾌대는 일제 시대 리얼리즘 화풍을 개척하면서 자주적이고 민족적인 작가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는 미공개 드로잉 21점을 포함한 총 84점을 전시한다.

# "난 세계 분쟁지역 주민 고통 봉합하는 바늘"

대구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김수자 전시가 대구미술관 프로젝트룸에서 2012년 4월 1일까지 열린다. 전시 중인 작품은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주목받았던 '바늘여인'(A needle woman). 프로젝트룸의 공간과 잘 어우러지면서 색다른 감동을 전해준다.

김수자의 전시가 열리는 프로젝트룸을 들어서면, 거대한 스크린에 한 여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검은 긴 머리를 묶은 여인은 바로 작가다. 작가는 군중들 속에서 등을 돌린 채 가만히 서 있다. 군중들은 바쁘게 그를 지나간다. 자연스럽게 작가는 하나의 바늘이 되어, 인파들 사이를 꿰뚫는다. 이것이 이번 작품의 주제인 '바늘여인'이다.

작가는 세계의 분쟁과 가난, 종교적 충돌이 일어나는 도시에서 자신이 직접 바늘이 되기로 한다. 네팔의 파탄,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예멘의 사나, 쿠바의 하바나,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루, 차드의 자메나는 국제적 고립과 내전, 종교분쟁, 가난의 상징적인 도시들이다. 작가는 이 도시 한복판에서 자신과 세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문제를 보다 명확하게 제기한다. 이런 작가의 시도는 비교문화학적, 사회학적, 인문학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박성환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는 "김수자는 우리의 현실에서 목도되는 반민주성, 권위주의, 배타주의, 엘리트주의 등의 문제점을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스스로 바늘이 되어 세상과 사람들 사이를 씨실과 날실로 엮어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영상 작품을 한동안 응시하면, 관람객은 마치 작가가 된 듯 인파 사이를 걸어 들어가는 듯한 묘한 기분을 체험할 수 있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김수자

# '바늘 여인' 시리즈 이을 '실의 궤적' 구상 중

▶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직접 바늘이 되어 세계 곳곳에 서 있다. '바늘'과 '몸'은 어떤 의미일까.

-바늘은 양성구유의 오브제로써 상처와 치유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도구이다. 1990년대 초, 바느질과 이불보 설치작업을 하던 중 비디오에 찍힌 내 모습을 보고 직관적으로 내 몸을 바늘에 비유하게 되었지만, 따지고 보면 바늘과 몸을 동일시 할 수 있었던 데는 바늘의 속성과 몸의 속성이 유사하기 때문이었다. 내 몸 역시 하나의 상징적인 바늘로 관객과 인류, 관객과 자연의 매개자로 존재하지만 관객이 적극적인 참여자로 내 자리에 서게 되면 내 몸은 사라지게 된다.

▶ 복잡한 군중 속에 바늘이 되어 서 있을 때의 감정은.

-오고가는 수많은 인파를 바라보며 침묵과 부동으로 오랜 시간 서 있으면 인생무상의 자각과 인류에의 끝없는 연민으로 마음이 가득 차 옴을 느끼게 된다. 이때는 일분이 영원처럼 느껴진다.

▶'국제 미술계에서 최고의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껏 작업할 수 있었던 동력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일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삶의 조건을 살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리고 내 작업을 이해하고 소리없이 지켜보며 성원해주고 있는 세계에 흩어져있는 관객들, 그리고 컬렉터와 미술관계자들 덕분이다.

▶ 바늘이 되어 꿰메고 난 후의 세상, 온전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화두가 있다면?

-참나의 모습으로 바라본, 평화와 사랑과 연민이 희열처럼 넘치는 세상. 그리하여 내가 더이상 작가일 필요가 없어진 상태가 온전한 세상일 것이다. 단 하나의 화두가 있다면 그것은 '생명'이다. 그 생명을 묻기 위하여, 보따리를 통해 그리고 바늘과 실, 거울 등의 상징적인 오브제들을 통해 확장되고 심화된 의미들을 자아와 타자, 혹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채굴해 왔다.

▶앞으로 작품 계획은

-'바늘여인' 퍼포먼스 비디오 시리즈와 대척점에 놓일 필름작업으로 '실의 궤적'(Thread Routes) 시리즈를 제작 중이다. 그 외에 미국과 멕시코 국경선에 이민자들의 초상들로 제작된 비디오작업을 미국 정부의 커미션으로 영구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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