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이상하다. 명문구단이란 자부심으로 스토브리그 때마다 프랜차이즈 대구에서 왕성한 사회 봉사활동을 해온 삼성이 올 스토브리그에는 지역민과 함께하는 각종 행사를 단절한 것이다. 반면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시상식과 골프대회 등 개인 잔치를 꼼꼼히 챙겨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활동기간인 12월이면 지역의 불우시설 등을 찾아 봉사활동에 앞장섰으나 올해는 이런 활동을 단 한 건도 계획하지 않고 있다. 정규시즌에다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까지 치르느라 선수들이 피로한데다 각종 시상식과 내년 연봉협상이 맞물려 구단 차원에서 행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야구팬 등 시민들은 "선망의 대상인 선수들이 매년 겨울 사회적 약자를 찾아 베푸는 온정의 손길이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큰 용기를 불어넣었다"며 "특히 올해 아시아 정상에까지 오른 삼성이 바쁜 일정을 핑계로 발길 자체를 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난하고 있다.
삼성은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1985년 연말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이틀간 불우이웃 돕기 사인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어려운 지역민들을 만나는 등 사회봉사활동에 각별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삼아왔다.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두류공원을 찾아 지역 저소득 및 취약계층 노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 봉사활동에 나섰다. 유니폼 대신 앞치마를 두른 선수들을 마주한 시민들은 "착한 일을 한다"며 고마워했고, 선수들도 봉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에 앞선 12월 초에는 대구경북 지역 초'중'고 야구 지도자 및 중'고교 선수들을 경산볼파크로 초청, 선동열 전 감독과 1, 2군 코칭스태프 전원이 직접 나서 분야별 야구기술 지도에 나서 아마야구의 저변 확대와 발전에 힘을 보탰다.
삼성의 지역 사랑은 매년 이어져 간판선수들은 연말 사랑 나눔 봉사활동에 어김없이 참가했고, 고액 연봉자들은 거액의 불우이웃 성금을 기탁했다.
그러나 이런 행사가 올해 단절됐다. 삼성은 이달 1일 팬 페스티벌에 지역 3개 사회복지기관을 불러 시즌 중 모은 성금 300만원씩을 전달하는 것으로 모든 연말봉사활동을 마무리했다.
삼성의 이런 행보는 지역 프로구단인 대구FC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대구FC는 11월부터 연탄 배달, 사랑의 김장 나누기 등을 펼치며 어려운 이웃에게 다가갔고 13일엔 대구 달성공원에서 무료 급식 봉사 활동을 하는 등 선행 릴레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영남대 스포츠학부 김동규 교수는 "지역연고 구단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가장 좋은 분야는 사회봉사활동이다. 야구는 시민들에게 친숙한 문화고, 특히 선수들은 어린이 청소년들의 우상이자 롤 모델이어서 그 효과가 높다"며 "프로구단의 이런 활동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구단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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