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이모(14'대구시 지산동) 군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 군은 지금까지 아날로그 케이블TV 채널 5번으로 그동안 EBS 플러스2를 '공부 도우미'로 활용했는데 최근 종합편성채널 개국과 함께 해당 방송이 갑자기 사라진 것. 이 군은 "채널 5번에 EBS 방송 대신 홈쇼핑 방송이 나오기에 처음엔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뀌지 않았다"며 "케이블TV 방송사에 항의했더니 'EBS 채널이 74번으로 바뀌었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이달 1일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하면서 학생들의 가정교사 역할을 담당하는 EBS 학습 채널의 채널번호가 바뀌면서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EBS 채널 시청자학습권수호 비상대책본부는 "EBS 학습 채널이 케이블TV 편성에서 제외되면서 국민의 학습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BS 학습 채널은 플러스1(수능방송), 플러스2(초중등'직업방송), 영어채널(EBSe) 등 3개 채널이다. 정규 EBS는 KBS1과 함께 의무전송채널로 고정된 탓에 종합유선방송사(SO)가 의무적으로 전송하지만 학습 채널 3개는 SO들이 자율적으로 채널을 변경할 수 있고, 이 중 1개만 내보내도 상관없다.
이런 탓에 대구 동구와 수성구의 CJ헬로비전 대구방송은 종편이 출범하면서 플러스1을 채널 4번에서 73번으로, 플러스2를 채널 5번에서 74번으로 각각 바꿨다. 대신 4번에 정해진 방송이 없고, 5번에는 '홈&쇼핑'을 내보내고 있다. 게다가 대구의 7개 SO 중 영어채널을 전송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EBS 채널 시청자학습권수호 비상대책본부 한 관계자는 "자체 조사결과, 플러스1은 총 93개 SO 중 55개에서 채널이 변경됐으며, 플러스2는 19개 SO에서 채널이 변경된데다 17개 SO는 편성에서 아예 제외했다"며 "또 영어 채널은 올 초 17개 SO에서 편성했지만 이 중 3개 SO에서 채널이 변경됐고, 8개 SO에서 편성이 제외됐다"고 밝혔다. 고교생 손모(16'대구시 황금동) 군은 "고교생들에게 EBS 플러스1 수능방송은 교과서만큼 중요하다. 교과부가 EBS를 활용하라고 할 뿐 서비스와 관리는 않고 있다"고 불평했다.
김광범 EBS 뉴미디어기획부장은 "EBS 학습 채널 3개는 연 400억원을 투입해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국가시책으로 실시 중인 채널로 일부 SO의 일방적인 채널 편성 제외 탓에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J헬로비전 대구방송 관계자는 "채널 변경은 본사의 방침에 따른 것인데, 편성을 아예 없앤 것도 아니고 다만 채널번호만 뒤로 밀렸을 뿐 시청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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