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색깔 지우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 정권과의 이미지 차별화만이 돌아선 표심을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인식이다.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 관건은 얼마나 진정성을 담고 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계기사 3면
12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재창당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버리고 가자'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특히 범친이계가 이같은 대열에 앞장서 레임덕을 실감케 했다. 물론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보좌관과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고 민주당이 '대통령측근비리진상조사위'를 구성하는 등 정치공세 강화에 나선 것도 무관하지 않다.
권영진 의원은 의총에서 "한나라당의 틀을 유지하면서 대통령에게 탈당하라는 것은 구시대적 수법"이라며 "재창당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새로운 당에 입당하지 않는 방식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친이계로 분류됐던 원희룡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이 대통령을 "버려야 할 짐"에 비유했다. 그는 의총에서 "헌집에서 새집으로 갈 때 짐을 다 가져가야 하느냐"며 "가장 첫 번째 버려야 할 것은 죄송하지만 이 대통령과의 관계"라고 주장했다. 범친이계 초선인 장제원 의원은 "이 대통령과 단절이 아니고 조용한 정리가 필요하다"면서도 "MB(이명박)는 MB 시대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여당 내 분위기는 역대 정권 임기 말에 재연되곤 했던 일이지만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쇄신 바람과 맞물려 갈수록 강도가 더해질 전망이다.
주류로 자리잡은 친박계에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를 겨냥한 게 아니라 내부 기득권 포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란 점에서 친이계와 방점이 다르다. 친박계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기환 의원은 의총에서 "공식적 실질적 명시적으로 친박을 해체할 필요가 있다"며 "비대위 출범 이전에 친박 해체부터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친박이 당을 접수하려 한다는) 논란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박 전 대표의 시스템 공천을 친박도 받아들여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사실상) 대표직을 하니 친박인 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필요하다면 이상득 의원과 같은 (총선 불출마) 결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상현 의원도 "친박 의원이라고 해서 박 전 대표에 기대 무임승차를 하려 해서는 안된다"며 "또 지금은 친이(친이명박)라고 소외감을 느껴서도 안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에 따라 이상득'홍정욱 의원의 불출마에 이어 친박계 내에서도 '자발적 용퇴' 움직임이나 '공천 탈락시 불출마' 움직임이 힘을 얻을지 주목된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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