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대구 동성로 야외무대 앞.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내복 차림을 한 중년 남녀 11명이 불쑥 나타났다. 여성 6명은 빨간색과 분홍색 내복, 남성 5명이 회색 내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황당 패션쇼'가 펼쳐졌다.
대구시새마을회 소속 회원들인 이들은 20여 분 동성로 야외무대를 오가며 내복 맵시를 뽐냈다.
이날 패션쇼를 한 이들은 내복을 입으면 체감온도가 3℃가량 올라 난방비를 20% 줄일 수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동성로 야외무대에 올랐다.
서금례(58'여'남구 대명동) 씨는 "전 국민이 내복을 입고 실내온도를 3도 낮추면 연간 1조8천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우리 식구는 12월이 되기 전부터 내복을 꺼내 입는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 '내복 착용 사진'을 올려 내복 예찬론을 펼치는 시민도 있다. 칠성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문봉진(42) 씨는 최근 세 자녀와 함께 내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렸다. 사진 속에서 문 씨 가족은 '내복의 힘'이라는 글자가 적힌 모자를 들고 재미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사진이 게시된 이후 네티즌들은 "우리 가족도 내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 올리겠다"며 댓글이 줄을 잇는 등 네티즌들의 내복 착용 사진 릴레이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문 씨는 "온 가족이 내복을 입어 집과 가게의 난방비가 지난해에 비해 30% 정도 절감됐고 병원비와 옷값도 아끼는 등 장점이 많다"며 "자녀들에게 에너지 절감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잊지 못할 추억도 선물했다"고 했다.
공무원 사회도 내복 입기 바람에 동참하고 있다. 이달 15일부터 정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로 공공기관은 실내온도를 18℃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구시청 등 지역 공공기관 직원들은 내복입기에 동참하고 있다.
김석동 대구시 자치행정과 행정계장은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전열기를 스스로 치운 뒤, 지역업체가 생산한 내복을 공동 구매해 입고 있다"고 밝혔다.
젊은 여성들도 앞다퉈 내복을 구입하고 있다. 이들은 요즘 출시되는 패션 내복을 입으면 보온과 옷맵시를 모두 충족시킨다며 내복 예찬론을 펴고 있다.
12일 동성로 한 대형패션몰에서 만난 김민아(27'여) 씨는 "온풍기 바람은 피부에 좋지 않기 때문에 전원을 끄고 대신 내복을 입는다. 요즘 출시되는 패션 내복은 몸매를 살려주는 기능성 제품이 많아 내복을 입는 게 옷맵시를 내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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