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 체제는 합의 임기·권한 두고 마찰

쇄신만이 살 길이라는 한나라당은 우선 당을 '박근혜당'으로 재편해야 한다는데 전원 의견 일치를 봤다. 박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위기를 수습해달라는 요구다. 친박계와 쇄신'소장파가 비대위를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는 비대위가 당 최고위원회의 전권(全權)을 위임받아 총선 정국까지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쇄신'소장파는 비대위가 재창당준비위 역할까지만 하고 신당을 창당해 전당대회를 치르거나, 선거대책위 체제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맞서 논란이 일고 있다. 1월 중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한 뒤 총선을 치르자는 주장도 여전하다.

◆박근혜의 생각은?

지금까지 박 전 대표가 본인의 입으로 밝힌 쇄신 구상은 "재창당 수준의 신당을 창당한다는 각오로의 환골탈태"다. 1997년부터 쓴 '한나라당'이라는 당명(黨名)은 역대 최장수로 보수 진영의 아이콘이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명에 애착이 크다. '재창당 수준'이라는 것은 당명을 고수하는 대신 속을 확 바꾸는 것을 뜻한다.

대신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공약해 이루고자 하는 정책의 큰 줄기(정강'政綱)을 뜯어 고치고, 새 인물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한편 친박계, 친이계, 중립, 쇄신파, 소장파 등의 소계파를 해체한다는 것이 재창당 수준의 쇄신 방안으로 읽힌다. 박 전 대표가 지난해 중순부터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복지와 고용을 최우선순위로 둔 것도 분배 보다는 성장을 모토로 한 기존 정강을 성장 만큼 분배하자는 쪽으로 선회하자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금 당 지지도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 수구(守舊)'꼴통, 부자'웰빙, 대기업'기득권이라는 이미지에 말실수, 성희롱, 선거 패배, 한미 FTA 기습처리, 디도스(DDoS) 사건 등이 덧씌워졌다. 당 지지도도 하락 추세다. 거기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와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보좌관의 수뢰 의혹 사건도 불거져 악재의 연속이다.

소수이긴 하지만 대선 출마자는 1년 6개월 전 당권을 잡을 수 없다는 당헌'당규를 일시 정지하고 1월 전당대회를 거쳐 새 지도부가 총선을 진두지휘하자는 의견도 친박계 일각에서 개진되고 있다. 하지만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과 대결을 펼칠 경우 네거티브 전선 가능성이 커 당 지지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다.

13일 의원총회에서 쇄신 체제에 대한 당론이 결정되면 박 전 대표에게 전달하게 된다. 박 전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 중 본인의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과 쇄신'소장파가 맞서는 이유

일단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는 이견이 없다. 대신 친박계는 박 전 대표가 '공천권과 인사권을 쥔' 강력한 비대위 체제가 총선정국까지 이끌자고 주장하고 있고, 쇄신'소장파는 '재창당을 못 박은'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쇄신'소장파가 주장하는 비대위는 '신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로 그렇다면 굳이 박 전 대표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 친박계의 판단이다.

이런 주장의 이면에는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표 체제로 총선으로 갈 경우 친박계는 공천에서 유리해진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인적 쇄신과 인재 수혈이 비(非)친박계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권 친박 중진들은 '물갈이론'이 숙지지 않는 마당에 박 전 대표 1인 체제가 그나마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재창당을 요구하는 쇄신'소장파는 이를 통해 MB 정부와의 완전 결별을 원하고 있다. 원희룡, 정두언 등 일부 쇄신파 핵심 의원은 그간 친이계로 분류돼 왔다. 한나라당 간판을 내려야만 이명박 정당이라는 색깔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사건이나 대통령 사저 논란 등 이 대통령과 관련된 부담스러운 일들을 내려두고 가자는 뜻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공천권을 쥐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는 이미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공천제도를 마련하고 '시스템 공천'을 통해 기계적으로 공천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사적 영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오는 14일 상임전국위원회, 19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이에 필요한 당헌·당규 개정을 의결하기로 했다.

서상현기자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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