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경제위기가 유럽을 넘어 전 세계를 겨냥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각국에서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변혁의 목소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바람은 우리나라에도 예외가 아니다. 한'미 FTA 체결, 청년실업 및 반값 등록금 등 경제적 현안에서 촉발된 변혁의 바람이 새로운 형태의 정치 패러다임을 형성하면서 분출되고 있다. 그동안 애써 사회적 현안으로부터 비켜서 있던 20, 30대의 젊은 세대들과 일부 시민단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변혁의 중심축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변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축복이다. 또한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현실정치에 반영되는 것 역시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할 민주사회'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권한의 행사 이면에 함께 내포되어 있는 책임의 측면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며, 또한 중립성과 비정치성을 모토로 기능해 온 시민단체 본연의 역할이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인기영합정책만을 펼치고, 시민단체가 정치적 과실에 오염되고, 젊은 세대들이 권한만을 향유하고자 한다면, 국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처럼 삼류의 선거문화가 여전히 판치며, 또 내년에 닥칠 총선과 대선에서 소위 '정치권력추종자'가 권력싸움에만 운명을 건다면, 국가경쟁력은 곤두박질칠 것이다.
예로부터 국가운명이 풍전등화처럼 어려울 때마다 늘 구국의 영웅이 등장했던 것처럼, 작금의 수많은 도전 앞에서 또 다른 영웅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특별히 제각기 자기 것만을 챙기려고 아우성인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는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다'(生卽必死, 死卽必生)라는 교훈이 절실하다. 선조들께서 몸소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셨던 '죽음을 통한 나라사랑 정신'이 오늘날 바로 그 영웅의 모습이 아닐까?
자기희생보다는 자기이익에 익숙한 현대사회에서, 지난 1년 전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국가를 위해 피흘린 젊은 해병대원의 행적이 또다시 우리 사회에 신선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음은 왜일까? 그것은 그들로부터 자기희생을 통한 나라사랑의 징표를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치판에도 나라사랑이라는 큰 흐름이 속히 물결치기를 기대한다. 오늘날 국민은 좌와 우를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과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한 겸손의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잘 알아주지 않지만 인구감소, 통일, 국가정체성 교육, 국제경쟁력 강화 등 조국과 민족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에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력추종자'라는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희생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존경받는 지도자상을 스스로 만들어 갈 때, 국민은 박수를 보낼 것이고 행복해 할 것이다. 먼 훗날 후손들은 "죽으려고 하면 산다"라는 선조들의 고결한 나라사랑 정신을 더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이용호/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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