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동안 쌀농사를 짓고 있는 박현섭(46'군위군 군위읍 사직1리) 씨는 논 33만578㎡(10만 평) 중 절반에 돼지 배설물로 만든 비료를 봄과 가을에 뿌린다. 그 중 5만㎡(1만5천 평)에선 군위축협 자체 브랜드 쌀인 '현토미'를 계약 생산한다.
박 씨는 "가축분뇨 퇴비를 써보기 전에는 냄새도 나고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비료를 직접 써보니 발효가 충분히 돼 냄새도 없고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면서 산성화된 토양이 개량돼 수확량이 지난해에 비해 2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폐기물로 여겨져 온 가축분뇨가 비료로 재탄생하면서 농가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가축의 배설물이 비료로 생산되면서 환경오염 없이 분뇨를 처리하고, 논밭을 경작하는 농가들은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고 토양도 개량하면서 산출량이 늘고 있다. 경작이 끝난 논밭에서 다시 사료 작물을 수확함으로써 가축 먹이로 사용하는 선순환이 생겨나고 있다.
◆버릴 것 없는 가축 배설물
9일 군위군 군위읍 외량리 군위축협 자원순환농업센터. 이곳은 1993년 비료공장으로 시작해 17년째 축산농가로부터 분뇨를 수거해 퇴비화하고 있다. 60m 길이의 발효교반기 3대를 통해 하루 40t, 연간 1만3천t 정도의 분뇨를 처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친환경 퇴비인 '마이티 소일'과 '마이티 그린'은 지난해 농촌진흥청 품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1등급을 획득했다. 마이티 그린은 과수에, 마이티 소일은 논과 밭에 주로 쓰인다. 돼지, 소, 닭 등 다양한 배설물이 고루 섞여 있어 여러 작물에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군위축협은 지난해 46만8천916포의 퇴비를 생산해 46만1천398포를 군위군과 다른 시'도 농가에 지원하고 7천518포를 일반 판매했다. 지역별로 보면 30만401포로 군위군이 가장 많고 창녕군(8만2천769포), 성주군(4만8천991포), 경산시(2만2천887포)가 뒤를 이어 보급 및 판매됐다.
이곳 센터는 축협으로는 드물게 쌀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비료를 공급받는 농가와 재배 계약을 맺어 친환경 쌀을 생산한다. 이를 수매해 '현토미'(2007년 상표권 출원)라는 이름을 달고 전국에 판매되고 있다.
현토미 사업은 2006년 7농가 1만1천880㎡(3천600평)에서 166포(1포=40㎏) 생산을 시작으로 2009년엔 24농가 29만1천984㎡(8만8천480평)에서 4천690포를 수매할 만큼 생산량이 늘었다. 올해는 82농가 92만8천290㎡(28만808평)에서 1만6천여 포를 수매할 예정이다.
센터는 재배가 끝난 논밭에 가축 비료를 뿌려 축산농가에 쓰일 사료 작물 1천410t(ha당 15t)을 재배할 계획이다.
군위축협 박배은 상무는 "가축분뇨를 유기질비료로 자원화해 환경오염도 줄이면서 친환경 고품질 쌀을 생산한다"며 "경종농가의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고 축산농가에 쓰일 사료도 생산해 지역 농축산물의 생산 비용을 낮추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가축분뇨가 비료로 재탄생하고 있다. 가축분뇨는 비료의 3대 요소인 질소(N), 인산(P), 칼륨(K) 등 다양한 영양 성분들이 들어있어서 비료로서 가치가 높다. 무엇보다 질소농도가 높아 비료로서의 효용성이 크다. 비료성분과 작물별 비료 요구량을 분석해 적정량을 사용한다면 비료로서 더없이 유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품질을 높여 신뢰를 확보하라
자원순환형 친환경 축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생산된 퇴비의 품질이다. 품질이 바탕이 돼야 생산과 수요의 선순환이 일어나 '자원순환'이 이루어진다. 가축분뇨 비료의 품질을 높여야 농가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가 활성화돼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퇴비의 품질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적절한 숙성이 필요하다. 숙성을 결정 짓는 핵심은 미생물이다. 숙성과정에서 충분한 산소 공급과 적절한 수분 조절로 미생물의 활동성을 높여한다. 퇴비장의 송풍시설이나 분뇨를 휘저어 섞는 교반시설, 뒤집기 작업, 수분 조절제 첨가 등은 모두 미생물의 활력을 높여 퇴비의 숙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산소는 공기를 불어넣거나 뒤집기를 하는 방법으로 공급할 수 있다. 통상 12% 내외의 산소 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수분 함량은 60∼65% 수준이 적당하다. 70% 이상이면 분뇨 자체 하중이 무거워지고 공간도 줄어들어 공기 이동이 차단돼 미생물이 필요로 하는 산소가 부족해진다.
군위축협 자원순환센터 김재준 과장은 "완전히 숙성되지 못한 비료는 악취를 풍기고 영양성분도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100% 발효해 비료화할 수 있는 분뇨처리 공정이 표준화 되고 엄격한 품질관리를 적용해 농민들이 안심하고 최상급의 유기질비료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료의 저장성과 이동성, 효용성 등 이용가치를 높이는 연구 개발도 활발하다. 농촌진흥청은 8일 가축분뇨 퇴비를 기존의 가루 형태에서 손가락 마디 크기의 고체인 '펠릿'으로 가공하는 장치와 기술을 공개했다. 이로써 각종 유기물 첨가가 가능해져 비료 성분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작물별로 맞춤형 성분을 넣은 퇴비를 생산할 수 있다. 부피가 줄어들어 저장과 수송이 간편해지고 퇴비 살포도 더 쉬워졌다. 또 악취 발생이 줄고 시각적 부담감도 줄어들었다.
국립축산과학원 유용희 축산친환경과장은 "충분한 숙성을 통한 양질의 퇴비 생산은 물론 가공과정에서 기능성과 이용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개발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비료 효과의 균일성을 확보하고 악취문제를 해결하는 등 농가들이 믿을 만한 가축 분뇨 비료를 생산하는 일에 연구 개발이 더욱 집중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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