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국심으로 일해 달라" 마지막 유언…영일만 신화 '鐵人 박태준'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타계…17일 사회葬으로

'영원한 철강맨'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980년대 말 제철소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직원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이야기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포스코 제공

"철강부국 이루고도 맨손으로 가다."

'강철거인의 스러짐'에 포철과 포항, 대구경북, 대한민국이 애도했다.

대한민국의 첫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중화학공업 입국의 기틀을 다진 강철거인(鋼鐵巨人)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3일 84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 철강국의 반석에 올려놓은 뒤 한푼의 재산도 유산도 없이 떠났다.

박 명예회장은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10년 전 수술했던 흉막섬유종 후유증으로 최근 흉막 전폐절제술을 받고 입원 가료중 병세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장준 주치의는 브리핑을 통해 "오후 5시 20분 급성 폐손상으로 인한 호흡곤란이 발생해 운명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임시빈소를 마련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대회의장과 지곡동 한마음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시민들과 임직원들의 조문을 받고 있다.

14일 고인의 빈소를 찾은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든든한 버팀목으로 의지가 됐는데 너무나 안타깝다"며 "명예회장님의 숭고한 애국심을 이어받아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무공훈장 수훈 등으로 자격을 갖췄기 때문에 유족 측의 신청을 거쳐 국립묘지에 안장될 것으로 보인다. 고인은 지난달 9일 호흡 곤란으로 한쪽 폐와 흉막을 모두 절제하는 '흉막-전폐절제술'을 받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고인은 이틀 뒤인 11일 수술 후 회복될 것이라는 주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달 5일 급성 폐손상을 겪으며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청암(靑岩) 박 명예회장은 유언으로 "포스코가 국가경제 동력으로 성장한 것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더 크게 성장해 세계 최고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임직원들에게는 "애국심을 가지고 일해달라"고 당부했고, 가족들에게는 "포스코 창업 1세대들 중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는 심경을 밝힌 뒤 "고생시켜 미안하다. 화목하게 잘 살아라"는 말을 남겼다.

박 명예회장은 군인이자 정치인이기도 했지만, 포철 신화를 통해 철강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은 '강철 사나이'로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다.

1927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그는 육사 6기로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뒤 대한중석 사장을 거쳐 포항제철을 설립,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신념으로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의 철강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1981년 11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해 13, 14, 15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김대중 정권 때인 2000년 제32대 국무총리를 지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장옥자(80) 씨와 1남 4녀가 있다. 발인은 17일(토) 오전.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