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와 몸이 불편한 남편을 돌보는 한 가정주부가 십수년째 소외 받는 이웃을 돌보고 있어 각박한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13일 오후 영주시 이산면의 한 가정집. 시온복지센터 직원들이 요양보호신청을 했던 한 노인의 집을 찾아 방 안에 가득한 쓰레기를 치우고 대청소를 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매서운 추위에도 나눔과 보살핌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은 영주시 영주동 시온복지센터를 운영하는 김순희(51) 씨와 남편 장병오(53'전 영주시청 공무원'뇌병변 장애2급) 씨. 그리고 오랜 세월 봉사의 길을 함께해 온 이웃들이다. 이들은 치우고 쓸고 닦고, 도배하고 장판을 깔며 온종일 시간을 보냈다. 김 센터장은 "썩은 장판과 벽지,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 끊어진 전깃줄, 먹다 남은 라면과 썩은 음식물찌꺼기, 뒤엉킨 이불, 산산조각난 싱크대, 가구 파편 등 말 그대로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며 "앞을 못 보는 90대 노인이 발들일 틈도 없는 곳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동료들과 집 수리에 나서게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영삼(57) 대광교회 목사는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에도 이웃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이들 부부의 뜻이 감사해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편 장 씨는 2000년 영주시청 주택과에서 근무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까지 몸이 불편한 상태지만 부인과 함께 봉사의 길을 같이 걷고 있다.
장 씨는 "퇴직연금으로 살아가면서 남을 돕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화도 냈지만 아내의 변함없는 이웃 사랑에 감동해 동참했다"며 "지금 남을 돕지 못하면 다음엔 기회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의 이웃 사랑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주시 여성회관 1기 수료생인 김 센터장은 "수지침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남의 아픔을 알게 됐고 보살피는 방법도 터득했다"며 "이제는 남을 돕고 돌보는 일이 익숙해졌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한 학기에 20만원씩(4명) 장학금을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에게 주고, 1주일에 도시락 반찬 100개를 노인들에게 수년째 전달해 왔다. 또 지난해에는 생활보호대상자 가정에 연탄 8천 장, 김장김치 1천 포기를 직접 방문해 전했다. 집수리 봉사와 홀몸노인 돌보미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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