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총괄했던 제프리 베이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은 14일(현지시간) "연평도 포격 직후 추가적인 상황이 발생할 위험성에 대해 우려했다"고 말했다.
베이더 전 보좌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은 권력승계가 걸려 있었기 때문에 김정은이 '전쟁영웅'임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그는 또 천안함 사태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 격노했으며, 중국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 데 대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게 직접 엄중하게 항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이 달라지지 않으면 동북아 정세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룰 수 없다"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글로벌 코리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북한이 남한에 미치는 심리적인 압박을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에서 중국과 한반도 정책의 실무를 총괄했던 베이더 전 보좌관은 지난 5월 일선에서 물러나 진보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 새 둥지를 틀었으며, 최근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광화장(1등급)을 받았다.
다음은 베이더 전 보좌관과의 일문일답.
--한미 동맹이 최고 정점에 있다는 평가에 대해.
▲사실이다. 북한과 대치하면서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외부에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우방이 있는 것은 도움이 된다. 이는 보수든 진보든 지난 15년간 한국 정치인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미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특별한 이해를 갖고 있지만 유별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양국관계는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 내에서도 초당파적인 지지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곧 출간될 저서에 대해 소개해 달라.
▲내년 1분기에 출간할 예정이다. 제목은 '오바마와 중국의 부상'이다. 지난 2009년 1월부터 작년 4월까지 내가 NSC에서 일하면서 겪은 경험을 담은 이 회고록은 미중관계를 비롯해 한반도문제, 대일관계, 대 동남아 관계 등 4가지 이슈를 다루고 있다.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으로 천안함 사태를 경험했는데 당시 백악관 상황은 어땠나.
▲당시 백악관 분위기는 판단을 서두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침몰의 원인에 대해 어떤 추측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원인이 북한의 어뢰라는 결론을 내릴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후 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침몰의 원인을 내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으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 장성들이 한국으로 가서 조사에 참여했고 북한의 소행이 분명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됐다.
당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날 예정이었는데 천안함 격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고 나는 이 회동이 아주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우리가 청와대의 반응을 체크했는데 그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이어서 이를 취소했다. 청와대가 이 회동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하지는 않았다.
--천안함 사태로 인해 북한이 대화의 기회를 잃었다고 생각하나.
▲그 당시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2009년 미사일 시험발사, 제2차 핵실험 등이 있었기 때문에 6자회담은 이미 북한에 의해 훼손된 상태였다. 보즈워스 대표와 김계관 부상의 회동 계획도 이른바 '홀딩액션(적의 공격을 막기 위한 공격)'이었는데 당시로서는 그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천안함 격침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첫 반응은.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46명의 군인이 희생됐다는 사실에 오바마 대통령은 격노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해 6월 캐나다 토론토(G20 정상회의)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만났는데 중립을 취하겠다는 중국측의 태도에 대해 직접적으로, 아주 강력하게 항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은 중립적이어서는 안된다. 침략자와 희생자 사이에서 중립적이어선 안된다. 그런 행동은 침략자의 행동을 용인해 추가적인 침략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엄중하게 말했다.
--백악관은 연평도 포격 당시 한국정부에 자제를 요청했나.
▲우리는 2가지 극단적인 가능성을 피하고 싶었다. 우선 이런 도발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한반도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달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이 한국으로 가서 한미 해상 합동훈련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고, 이를 실행해 북한을 상대로 이런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했다.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충돌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나.
▲그것은 한국과 미국이 1950년 이후 지속적으로 처한 현실이다. 우리는 그런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수만명의 군대를 한반도에 두고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추가적인 상황을 우려했다. 더욱이 북한의 권력승계가 걸려 있었기 때문애 북한이 계산착오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 일각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하는데.
▲ 나는 아주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북한에 대해 충격을 주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했으며, 한미 결속도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이는 놀라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차이는.
▲ 부시 행정부 당시에는 딕 체니 부통령을 위시한 강경파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등 온건파로 활실히 나눠져 있었고, 이는 내부적으로는 물론 동맹과의 조율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됐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북한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내부적으로 이념적 차이는 없다.
--최근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외교 강화의 목적은 '중국봉쇄'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과거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더 비중을 두자는 이른바 '리밸런싱(rebalancing. 불균형해소)'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정책의 모든 면이 중국과 관련돼 있지만 '봉쇄(containment)'는 정확한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과거 소비에트연방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었다.
-- 북한문제 해결 없이 '리밸런싱'이 가능하다고 보나.
▲북한은 특별한 경우다. 냉전체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유일한 경우다. 따라서 북한이 달라지지 않으면 동북아 정세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글로벌 코리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북한이 남한에 미치는 심리적인 압박을 초월할 수 있다. 사실 과거에는 한국 관료나 학자들을 만나면 남북관계 등 한반도를 벗어난 이슈에 대해서는 깊은 대화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내년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고, 인도양에 해군을 보내 해적을 무찔렀고, FTA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북한에 매몰돼 있는 상황을 극복하는 시도였고, 이는 아주 긍정적이다.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큰 위협으로 판단하나.
▲우리는 약 10년간 북한이 UEP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영변에 갔을 때 우리가 놀란 것은 우라늄농축시설의 존재가 아니라 그 시설이 영변에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쫓아낸지 1년여만에 이런 사실을 지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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