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과 호남 텃밭에서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면서 현역 의원들의 압박 강도가 커지고 있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 때문에 쉽게 놓지 못했던 '현역 유리'라는 고정관념을 스스로 벗어던지면서 새 인물의 등장에 길을 터주고 있는 것이다.
초선으로 전북 전주시 완산구을이 지역구인 장세환 민주당 의원이 14일 19대 총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61세다. 장 의원은 이날 "저의 기득권 포기가 야권 통합의 성공적 완결에 불쏘시개가 되고 2012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의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현역으로는 정장선 사무총장에 이어 두 번째 불출마이자,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 출신으로는 첫 선언이다. 장 의원은 불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묻자 "(야당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당하고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막을 방법도 없어 자괴감과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의 불출마는 민주당에만 바람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 민주당 현역의원이 텃밭에서 불출마를 선언하자 한나라당 텃밭 출신 현역 의원들을 압박하는 기류가 만들어지고 있다. 물갈이 대상 기준에서 항상 등장하는 선수(選數), 나이라는 물리적 기준 말고라도 기득권을 고집하며 공정 경쟁을 거부하는 모습 등도 '퇴장'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현역 전원이 불출마를 각오한다는 심정으로 쇄신하지 않으면 그 누가 키(key)를 잡더라도 총선 필패는 뻔한 일"이라며 "고위 당직자, 국회직 등 총선 직전의 역할 때문에 불출마 선언은 불가능하다는 핑계를 접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자신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공격받아 마땅하다는 쪽이 점점 대세를 이루고 있어 주목된다.
지역 정치권은 "헌정 사상 가장 혁신적인 공천을 약속하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본인이 탈락하면 '잘못된 공천'으로 반기를 드는 일이 일어날 경우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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