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어장을 가진 환경이다 보니 음식에 있어서 풍부한 해산물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자연환경의 산물인 해산물에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가미하여 독특한 음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해산물을 장기 보존하기 위한 염장 방법으로 조상들의 지혜가 빛나는 '젓갈'이다.
젓갈은 곡물 문화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우선 맛이 그렇고 생리적, 영양적인 면에서도 깊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 젓갈은 전분 위주의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과 칼슘의 공급원이다. 또 밥이 주식으로 주요 에너지원이 되는 가운데 많은 양의 밥을 먹게 만드는 식욕증진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각적인 측면에서도 밥은 젓갈과 찰떡궁합이다. 순한 맛의 밥을 짭짤한 김치나 젓갈과 함께 먹었을 때 입의 개운함을 느끼게 되며, 생리적으로도 곡물에는 나트륨(Na) 함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체내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짭짤한 찬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식생활에서 젓갈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젓갈에 관한 최초의 문헌기록은 '삼국사기'(三國史記) 8권 신라본기(新羅本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문왕이 왕비를 맞아들이는 절차를 기록한 대목에서 쌀, 술, 간장, 된장, 육포 등과 함께 젓갈이 언급되고 있는 것. 우리의 가장 전통적인 음식인 김치에서도 젓갈은 빼놓을 수 없는 조미료였다. 김치에 사용하는 젓갈이 지방별로 차이가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 해류의 특성과 어패류의 종류 및 수심에 따른 어획량의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젓갈은 원료별로 분류할 수 있는데 생선 전체, 내장, 조갯살 그리고 갑각류를 원료로 하는 것의 4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내장을 제거한 생선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해류로 분류할 수 있다.
젓갈은 주재료에 따른 지역적 특성이 확연히 나타난다. 어류로 만드는 젓갈은 몸통이나 살로 담근 젓갈류로 멸치젓, 황새기젓, 조기젓, 밴댕이젓, 가자미젓, 실치젓, 뱅어젓, 병치젓, 볼락젓 등이 있다.
내장이나 생식소로 담근 젓갈류는 갈치속젓(남부지역), 창난젓'명란젓'대구 아가미젓(강원도지역) 등이 있다. 동해의 경우 대구, 명태, 꽁치, 멸치, 정어리. 전갱이. 오징어 등이 많이 잡히고, 남쪽 다도해 근해는 멸치, 고등어, 갈치, 전갱이, 가자미가, 서해는 조기, 갈치 등이 많이 어획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젓갈이 많이 담가진다.
갑각류로 만드는 젓갈은 특히 게젓, 새우류젓, 성게젓 등을 많이 이용한다. 새우류는 민물새우와 바다새우로 일단 분류할 수 있는데, 담그는 시기에 따라 음력 오월에 담그는 오젓, 음력 유월에 담그는 육젓, 말복이 지난 음력 칠월에 담그는 자젓이라 불리기도 한다. 또 가을에 담그는 추젓, 음력 정월에 담그는 동백하젓, 겨울에 담그는 백하지젓, 아무 계절에나 담그는 잡새우젓 등이 있으며, 민물새우젓은 전라도 지역의 일명 토하젓이 있다. 또 성게젓은 성게의 생식기로 만든다.
조개류를 이용한 젓은 중부지방, 북부지방 해안 지역의 간석지가 발달한 곳에서 많이 담그는데 굴, 바지락, 모시조개, 꼬막 등을 이용한 젓갈이 발달했다. 연체류를 이용해서 담그는 젓갈도 있다. 북부지역, 강원지역에서 가장 많이 담그는데 오징어젓과 꼴뚜기젓은 전 지역에서 고르게 담그고,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한치젓, 세발낙지젓을 담그기도 한다.
젓갈은 담그는 계절이 종류마다 다르게 정해져 있으며 그 시기에 따라 맛과 품질이 크게 변화된다.
또 젓갈이 썩지 않고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으로 거듭나는 데에는 발효 과학이 숨어 있다. 수분과 단백질 덩어리인 어패류는 소금이 부패를 억제하는 동안 자체의 효소와 외부 미생물의 작용으로 서서히 분해돼 아미노산과 칼슘, 인 등 무기질이 생성된다. 젓갈의 발효에는 주변 온도와 소금의 함량이 결정적인데, 13~15℃의 서늘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좋은 맛을 낸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신아가 원장은=대구가톨릭대 식품가공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뒤 각 대학과 문화센터 강사, 외식업체 메뉴개발 컨설턴트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현재는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으로 있으며 자연음식, 발효음식에 특히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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