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88)대한민국 상이군경회 대구시지부 정통 한정식 '삼천궁'

전복찜'홍어삼합…코스 메뉴마다 '노모의 손맛'

젊은이들이 '패스트푸드'를 좋아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외국 음식이 밀려 들어오고 있는 요즘도 '한식'은 여전히 정겨운 음식이다. 세상은 변해도 입맛은 잘 변하지 않는 법. '우리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끌림이다. 한식전문 '삼천궁'도 그런 집에 속한다. 대구의 대표적인 한식집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상이군경회 대구시지부 이난호 지부장은 "마치 체통 있는 양반집처럼 푸근함이 묻어나는 멋과 맛이 있는 집"이라고 평가한다.

'삼천궁'은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그랜드호텔 옆에 있다. 한 세대 전, 대구의 풍미를 장식했던 '단추방'과 '요석궁' 자리다. 요즘은 홍난경 대표가 11년 동안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대문은 언뜻 봐선 눈에 잘 띄지 않는 소박한 돌담 문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시끄러운 바깥세상과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다. 한때 가야금 소리가 낭랑하게 창호를 흔들던 그 시절의 풍류가 스며 있는 것 같다. 빛바랜 벽지조차 연륜으로 느껴진다.

이난호 지부장은 월남전에서 용맹을 떨친 중대장 출신이다. 온화한 모습을 보면 '덕장'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 조국에 내 몸을 바쳤지만, 세상의 시선은 싸늘했다"고 밝힌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희생! 그 대가로 주어진 '국가유공자'라는 명예조차도 그들의 맘속에 담긴 '한'을 풀어주기엔 부족함이 많은 것 아닐까? 삼천궁과의 인연도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배려와 친절함' 때문 아니었을까? 이 지부장은 "예전과는 달리 이젠 '국가유공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대섭 총무부장은 "우리 직원들은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100%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음식상이 차려진다. 한정식의 특징은 코스 메뉴를 한 가지씩 즐기는 것이다. 먼저 눈으로 감상하는 맛도 일품이다. '전복찜'에다 과메기, 육회, 홍어삼합, 코다리찜, 더덕구이, 갈비찜 등 풍성하다. 음식마다 기품이 담겨 있다.

이 지부장은 "모든 음식이 마치 노모의 손맛처럼 편안한 맛"이라며 음식을 권한다. 일단 홍어삼합부터 맛본다. 홍어를 삭힌 정도가 은근해 대구 사람의 입맛에 맞춘 느낌이다.

월남전 청룡부대 용사였던 정수종 사무국장은 "평소 술을 즐기는데 이 집 코다리찜의 독특한 맛은 안줏감으로 최상급"이라고 평가한다. 이대섭 총무부장도 "역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집의 음식이라 주인의 탄탄한 내공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김한영 지도부장은 음식 마니아다. "상주 출신이라 촌 음식이 입에 잘 맞다"며 "나물반찬은 역시 간을 잘 맞춰야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천성우 복지부장은 "이 집에 올 때마다 홍어삼합을 즐긴다"며 "조금 더 강하게 삭혀도 좋을 것 같다"고 평한다. 행정담당 이현주 씨는 "갈비찜이 입에 딱 맞다"며 "고기가 부드럽고 양념이 제대로 배어 있어 씹는 맛과 감칠맛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한다. 찜을 즐기는 회계담당 이나리 씨는 "코다리찜은 다른 집보다 살이 풍성하고 맛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먹을 때는 말이 필요 없는 법. 홍 대표가 수시로 드나들며 모자라는 음식을 푸짐하게 채워준다.

식사가 끝날 때쯤 매생이 죽을 내온다. 매생이는 찬바람이 나는 지금이 제철이다. 매생이 특유의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삼천궁은 오랜 단골이 많다. 요즘은 동문회, 각종 모임 장소로 인기다. 1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큰 방도 있어 단체행사를 하기에 제격이다. 메뉴는 코스별로 1인당 2만원부터 3만원, 4만원, 5만원 등 다양하다. 점심특선은 1만2천원, 1만5천원, 2만원, 2만5천원 등 네 종류가 있다. 예약은 053)744-9500.

##추천메뉴-코다리찜

찜 종류는 대부분 양념 맛이 좌우한다. 삼천궁의 코다리찜은 살이 많고 담백하며 감칠맛이 일품이다. 튼실한 코다리라는 것을 입증한다. 김예진 삼천궁 운영실장은 "일단 재료가 좋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친환경 양념의 맛을 은근하게 배게 하는 손맛이 비결"이라고 전한다. 삼천궁은 찜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단골손님들도 많다. 코다리찜과 흑태찜 등 그날그날 구입한 싱싱한 재료로 매일 다른 모습의 찜을 선보인다. 이홍섭기자

사진'이채근기자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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