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남희의 즐거운 책읽기] 케인즈는 왜 프로이트를 숭배했을까? /베르나르 마리스 /창비

돈만 숭배하다 자멸할 것인가…인간다움 살리는 경제학 고민

슘페터와 함께 20세기 초반의 가장 뛰어난 경제학자로 꼽히는 케인즈와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프랑스 파리8대학 경제학 교수이자 저널리스트인 베르나르 마리스가 그 해답을 찾아냈다. 저자는 '케인즈는 왜 프로이트를 숭배했을까?'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숨은 진실을 보여주며, 돈과 이익에 대한 맹목적 추구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로서 인간 본성에 부합하는지 묻는다.

"행복은 삶의 양으로 측정 가능한 것일까? 수명이 행복의 지수인가? 프로이트는 '삶이 피곤하고, 즐거움은 적고 고통이 가득하여 죽음이 오히려 구원으로 주어진다면 긴 생이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한다. 자본주의가 진보를 통해 북반구 사람들에게 더 긴 생(生)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적어도 이를 누릴 수 있는 일부의 인류에게는 선물인 것만은 맞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시스템에 종속되어 공포에 시달리며 고통받는다. 그들이 자본주의가 제시한 매우 이상한 계약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는 파우스트적인 계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소위 죽음에 대한 승리와 자신의 노동 및 공포를 맞바꾼 것이다."

저자는 영아사망률의 급격한 감소와 노인들의 생존 덕분에 인류의 기대수명은 연장되었지만, 무기력하고 알츠하이머처럼 정신과 인격을 상실하게 하는 노인들의 생존이 과연 진보인지 묻는다. 자본주의는 자연의 섭리인 죽음조차 질병으로 분류하여 관리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한다.

"일할 시간이 부족할수록 우리는 더 빨리 해치우려고 한다. 그리고 인생이 빨리 흐를수록 시간은 더욱 부족하고 결국 우리는 회복할 수 없는 것을 회복하겠다며 더 바삐 살고 싶어한다. 우리 눈앞에 제공되는 모든 상품과 여행사에서 할인가로 나오는 나라들을 언제 모조리 소비할 것인가? 풍요가 자신의 모습을 과시할수록 부족함과 희소성은 자극을 받는다. 시간에 시간을 더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가! 그러나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멈출 수 없는가? 나와 함께 달리는 군중 때문이다. 그들은 내가 서버린다면 나를 밟고 지나갈 것이다. 그래서 시장이 군중현상의 결과라는 케인즈의 발견은 위대하다."

시계를 먼저 발명한 것은 중국이었지만, 그것은 단 하나뿐이었고 황제만이 시계를 배타적으로 사용했다. 반면에 유럽인은 시계를 대중화했고, 시청 꼭대기 같은 곳에 공적이고 민주적인 시계를 설치함으로써 사람들 눈에 띄게 했다. 유럽인에게 시간은 더 이상 왕과 성직자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진정한 자본주의를 만들어낸 것은 새로운 시간개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영원한 추구 속에서 영원해지는 것은 돈이다. 인간이 고통과 죽음을 거부한다고? 하지만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프로이트는 '행복이란 선사(先史)적인 욕망의 실현이다. 따라서 부의 역할이 그토록 제한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부는 자본이다. 자본이 힘, 적어도 막강한 상징적 힘을 가져다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맑스가 지적했듯이 그것은 '인류의 절망적 힘'일 뿐이다. 프로이트는 또 '아마도 돈은 행복을 가져오지 못할 텐데, 특히 돈은 욕망의 근원에 다가가지 못한다'고 덧붙인다. 돈에 대한 욕망은 무의식적이고 아동적인 충동이라는 것이다."

케인즈의 저술에서는 콤플렉스, 리비도, 우울 같은 프로이트 식 표현을 자주 발견할 수 있으며, 돈에 대한 프로이트의 분석도 활용된다.

저자는 경제의 세 가지 영역을 주목하는데, 하나는 자본주의의 음흉한 성격과 자멸적 성향이다. 두 번째는 시간과 미래에 대한 인간의 공포에 질린 태도다.

마지막으로 증시에서 전형적으로 발견할 수 있듯이, 공포와 흥분 같은 군중현상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제의 작동방식이다. 결국 저자는 자본주의적 삶의 불행이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성찰하고, 순간과 아름다움을 사랑하며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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