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상한 얼굴과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박성환(56) 행정안전부 지방분권지원단장의 별명은 '황소'다. 꾀 부리지 않고, 우직하게 살아온 덕분이다. 평소 공직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말도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하고, 언젠가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하고, 어떻게든 해야 할 일이라면 즐겁게 하라'는 기본 자세다.
"나이 쉰이 넘어 서울 근무를 자원하니까 다들 농담으로 받아들이더군요. 친정이 서울인 집사람조차 걱정이 컸죠. 하지만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서울 홀아비' 생활을 자처했습니다. 허허허." 2004년 경북도청 공무원노조로부터 '베스트 간부'에 뽑힌 뽑힌 이유를 알만했다.
예상했던 일이기는 하지만 서울 생활은 만만하지 않았다. 경북도청 국장 재직 시절과 달리 비서가 배정되지 않는 과장(부이사관) 신분이라 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살아야 했고, 조직 내에 아는 이가 적은 탓에 업무 추진에 애로를 겪기도 했다. 지하철로 1시간씩 걸리는 출퇴근과 식사'빨래 등 민생고는 불문가지(不問可知).
"황소라는 별명에는 일단 몸으로 부딪쳐 보는 스타일이라는 뜻도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특전사 공수여단에서 ROTC 장교(16기)로 복무하면서 '안 되면 되게 하라' 정신도 몸에 뱄고요. 경제위기 속에 재정정책과장으로서 지방재정의 조기 집행을 총괄했던 건 큰 경험이 됐습니다."
박 단장은 2009년 고위공무원단(옛 2급)으로 승진했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행정관리국장, 지방행정연수원 기획지원부장 등을 거쳐 지난 10월부터 지방분권지원단을 이끌고 있다. 물론 행안부 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풍부한 지방행정 경험이 뒷받침됐다. "내년 목표는 지방 이양이 확정된 사무의 신속한 이양을 위한 '지방일괄이양법'의 제정입니다.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시 필요한 인력과 재원을 함께 이양하는 지원체계 구축도 빠트릴 수 없지요. 직접 추진이 어려울 경우 총선'대선 공약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인생은 돌고 돈다. 지금은 폐교된 포항 죽장면 죽북초교 5학년 때 상경한 그의 인생도 그렇다. 강남중'서울공고'동국대를 졸업할 때까지 서울에서 살았지만 공무원 생활 대부분은 고향에서 보냈고, 지금은 서울에 있지만 언젠가는 낙향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고향에 조그만 과수원을 마련해뒀습니다. 돌아갈 핑곗거리인 셈이죠. 틈날 때마다 내려가 매실나무를 돌보는 게 큰 즐거움인데 어릴 때 자두'복숭아 서리를 하다 혼난 일, 10리가 넘게 떨어진 학교를 가다말고 산에서 도시락 까먹던 추억이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그의 '황소 고집'은 대학 진학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친을 일찍 여읜 터라 하루 빨리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에 실업계 고교에 진학했지만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고, 전공도 농업경제학을 선택했다. 농업'농촌 진흥이 그 당시 인생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대학 4년을 등록금 면제'학비 보조금 혜택이 있는 장학생으로 다녔습니다. 매달 6만원쯤 용돈처럼 받았는데 장교 월급이 12만원이었으니 꽤 큰 돈이었죠. 하지만 공무원 생활 30년이 다 되도록 정작 농정 관련 부서에서 한 번도 근무하지 못한 건 아쉽습니다." 1983년 행정고시 23회 출신인 그는 1986년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지 25년 만인 올해 영남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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