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임산부 우선좌석제, 교통약자 배려 계기돼야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을 이용하는 임산부들의 편의를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21일부터 '임산부 우선좌석제'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서울 지하철 9호선에서 발생한 '임신부 막말' 사건을 계기로 교통약자인 임산부를 적극 배려하고 사회적 인식을 제고한다는 취지다. 교통약자에 대한 서로의 오해 소지를 줄이기 위해 이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공사 측의 이번 조치는 잘한 일이다.

선진국일수록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약자를 돕고 적극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개개인이 미처 살피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운영 주체가 먼저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사실 그동안 지하철 내에 설치된 교통약자석은 노인과 장애인 위주로 운영됐다. 이 때문에 임신 초기의 임신부들이 노약자석에 앉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할 수밖에 없고, 일반인들의 자리 양보도 받기 힘든 처지였다.

지하철 막말 사건도 따지고 보면 오해와 임신부에 대한 인식이 깊지 못해 빚어진 일이다. 노인을 향한 임신부의 욕설은 백번 잘못한 행위지만 그 이전에 임신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좀 더 깊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터다. 공사 측은 분홍색 임산부 스티커를 부착한 임산부 우선좌석을 전동차 1량에 2석씩 모두 12석을 배치할 방침이다. 임산부가 없을 경우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지만 가급적이면 우선좌석은 비워두고 임산부에게 자발적으로 양보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부르짖고 출산 장려 분위기를 진작해 왔다. 하지만 막상 임산부에 대한 관심과 실천은 어느 정도였는지 생각하면 분명 더 노력해야 할 여지가 있다. 이번 임산부 우선좌석 설치가 교통약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 등 성숙한 시민문화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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