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이덕일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영조 38년 윤5월 21일. 여드레 동안 뒤주에 갇혀 있던 세자가 죽었다. 부왕 영조는 사도세자의 이름을 금기시했고, 그에 대한 기록도 대부분 없앴다. 그렇게 사라져간 사도세자 진실의 빈자리를 세자빈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이 메웠다. '한중록'은 영조의 이상 성격과 사도세자의 정신병의 충돌 결과가 비극의 원인이라고 했다. 세자의 부인이 쓴 기록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실록의 기록은 달랐다. '영조실록'에서는 사도세자가 '한중록'이 전하는 정신병자와는 거리가 먼, 성군의 자질을 지닌 인물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너무나 다른 두 기록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사도세자와 관련한 사료를 취합해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삼종의 혈맥, 노론과 소론의 대립과 갈등, 영조의 탕평책과 그 한계 등 영정조 시대의 시대 상황과 정치 지형을 보여준다.

세자가 죽은 후에도 혜경궁의 친정 풍산 홍씨 가문은 부친 홍봉한과 중부 홍인한이 정승의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정조가 즉위하면서 사도세자를 죽인 주범으로 몰려 몰락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한중록'이 사도세자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사건 관련자의 기록이며, 가해자의 기록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혜경궁의 집필 의도가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 무고함을 변명하기 위해서라는 것. 영조에게 뒤주에 넣어 죽이면 된다는 착상을 전한 인물은 세자의 장인 홍봉한이었다.

"어릴 때 세자는 실로 성인의 자질이 있었다"고 훗날 영조는 말하곤 했다. 작가는 '한중록'은 가해자의 주장이며 '친정 신원'이라는 목적을 위해 쓰여진 책이라고 주장한다. 440쪽, 1만5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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