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내 유년의 뜰에는 이런 꽃이 피었네

이득환 지음/한국문화사 펴냄

'지금 와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때 만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사람도 있다. 대학시절 만난 한 사람은 어떠한 의미에서도 좋은 기억은 없고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었다. 나는 그러한 마음의 상처 때문에 우리 연배가 누릴 수 있는 평범한 행복을 포기하고 살아야 했다. 그리고 끊임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심상치 않은 이 도입부는 지은이의 험난한 인생을 짐작하게 한다. 지은이는 험한 인생의 모퉁이를 돌 때 마다 '나는 왜 이럴까' 자책하고 괴로워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끝내는 삶을 긍정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지은이가 오래전부터 일기처럼 쓴 글들이다. 지은이가 태어나서 7세 때까지 자란 경북 영일군 기계면 '막실'이라 불리던 마을이 배경이다. 85개 이야기 중 몇 개는 어머니에게 물어서 쓴 것이고, 나머지는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썼다.

1956년생인 지은이는 "이 책의 삼분의 일은 7, 8년 전에 써놓은 것이다. 써놓은 것을 방구석에 감추어놓고는 언젠가 교수가 되고 결혼을 하면 마음에 담아둔 나머지도 글로 다듬어 책으로 펴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교수가 되지 못하고 결혼도 못한 상태에서 힘을 내어 나머지 부분을 써서 책으로 펴냈다"고 밝힌다.

"솔직히 나는 더할 수 없는 외로움 속에서 이 책을 썼다. 나는 진실한 마음으로 썼는데 그런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이 책을 한 여자분에게 드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썼다." 이 책에 담아낸 어린 시절 풍경은 아름답고 시적이다. 1950, 60년대에 출생한 사람들에게 낯익은 풍경과 정서를 담고 있다.

125쪽, 8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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