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렵다는 베트남어, 한자만 알면 술술 풀리네

한자를 타고 떠나는 베트남 여행/이동관 지음/태양 펴냄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해 베트남은 한자문화권에 속한다. 이들 네 나라의 단어들이 대부분 한자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고유 낱말처럼 보이는 것들 중에도 출발은 한자인 경우가 많다.

베트남어 띠잉비엣(tieng Viet)은 알파벳으로 되어 있어 겉보기에는 로마자 계통으로 보이지만 한자에서 기원했다. 소리를 적기 위해 알파벳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우리말 한글로 문자를 표기하지만, 그 언어 기원은 우리와 말과 전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베트남에 진출하는 많은 한국인 사업가와 유학 이민자, 주재원들은 무작정 베트남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현지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그렇게 배우는 것이 옳다. 그러나 외국어로서 베트남어에 그렇게 접근하자면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베트남에서 1년 6개월간 현지 한국인을 위한 교민신문을 제작했던 지은이는 베트남어 속에 한자어가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서, 한자에서 출발하면 베트남어를 훨씬 체계적으로 또 쉽게 배울 수 있음을 실감했다. 이 책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베트남의 수도는 하노이다. 그러나 하노이가 한자로 하내(河內)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안 내(內) 자가 '노이'로 발음이 된다는 것을 알면 내부(內部) 같은 한자도 비슷한 발음임을 연상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내부는 베트남어로 '노이보'라고 한다. 하노이의 외항 역할을 하는 하이퐁도 한자다. 해방(海防)이다. 우리의 세관에 해당하는 것은 해관(海關)이다. 베트남어로는 '하이꽌'이다. 바다 해(海) 자는 발음이 '하이'이지만 해방(解放)에서 해 자는 '자이'로 읽는다. 그래서 해방은 '자이퐁'이 된다.

이 책은 '정통 베트남어 교재'가 아니다. 이 책 한권으로 베트남어를 다 배울 수는 없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자 지식을 동원해 베트남어에 대한 접근을 돕는 책이라고 보는 것이 적당하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했다. 정통 언어교재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한자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베트남어에 대한 두려움, 짙고 두꺼운 안개 속을 헤매는 것과 같은 막막함을 걷어낼 수 있다. 정통 언어교재를 붙잡고 씨름할 때 맛보기 힘든 자신감과 희망 같은 걸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책의 집필과정에서 언어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 중국어와 베트남어의 관계에서 출발했다"고 밝힌다. 화-월(華-越) 사전 및 월-화(越-華) 사전을 비롯해 영-월(英-越) 및 월-영(越-英)사전의 내용을 참고했으며, 책의 형식은 주로 '레후이콰 한-베 사전'을 따르고 있다.

지은이가 특히 신경을 집중한 부분은 우리나라와 중국, 베트남어의 발음을 한눈에 비교하는 분야다. 딱딱할 수밖에 없는 '언어체계적 접근'이 아니라 거리에서 산업현장에서, 문화유적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인명, 지명, 광고 간판 등을 우선적으로 한국어와 중국어, 베트남어의 유사성과 관계성을 파고들었다.

'베트남 러시'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베트남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과 양국 교역이 늘어나고 있다. 양국 연간 교역액 100억달러에 베트남 거주 한국인이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에 대한 개설서 수준의 안내서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다루는 베트남어는 전체 베트남어의 티끌에 불과하다. 그러나 베트남 진출이나 현지인과 사업, 관광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베트남어 속에 숨어 있는 한자의 실체를 실감하고, 그 관계성 속에서 베트남어를 이해할 때 지금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베트남어를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마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달라 보이고, 베트남어가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은이 이동관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매일신문사에 입사, 베트남 교민신문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매일신문사 정치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57쪽, 1만7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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