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는 '순장조'가 지킨다?

MB와 정치적 운명 함께할 '최후 핵심참모' 누구

요즘 청와대에서는 '순장'(殉葬)이란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

순장이란 고대사회에서 황제나 왕, 혹은 황후가 죽으면 신하와 후궁, 시녀와 시종 등을 죽이거나 자진해서 무덤에 함께 묻는 장례풍습이다. 이집트 등 오리엔트 지역과 중국 등에서 광범위하게 성행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꽤 있었다. 고구려 동천왕이 죽자 가까운 신하들이 자진해서 순장하려하자 금지시켰지만 스스로 목숨을 버린 신하가 많았다는 기록과 신라 지증왕이 순장을 금(禁)하는 명을 내렸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나온다.

청와대에서 핵심참모들에게 '순장조'라고 부르는 것은 임기를 1년여 남겨 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한다는 의미다. 임기 5년의 단임 대통령에게 퇴임 후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 물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들이 결집하면서 내년 총선을 통해 정치적 부활을 꾀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의 순장조들에게 정치적 미래는 기약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순장이란 이 대통령의 퇴임과 더불어 수명을 다하겠다는 비장한 각오의 다른 표현이다. 퇴임 후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임기말까지 이 대통령이 국정철학을 펼치고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충성을 다하는 자기희생의 모습도 함께 담겨있다.

이들은 사실 임기초반부터,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의 자리에서 '막강' 실세로 통하던 사람들이다. 그런만큼 이제 순장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임기말 마무리에 몰입해야 하는 것이 이들의 할 일이다.

◆순장조는 누구?

12일 임명된 하금열 비서실장은 순장조라기보다는 '마무리투수'다. 명실상부한 순장조의 대표주자는 장다사로 총무기획관(수석급)이다. 장 기획관은 2007년 대선 당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비서실장으로 이 대통령을 도왔고 정권 출범과 동시에 정무1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 민정1비서관, 기획관리실장을 거쳤다.

당초 임기 초부터 청와대 살림을 맡아 온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끝까지 함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직제 개편을 통해 총무기획관실이 기존 업무 외에 대통령의 친'인척 등 측근관리와 대통령 기록정리, 업무편람 작성 등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준비까지 맡게 되면서 장 기획관이 자리를 옮기게 됐다.

전북 김제 출신인 장 기획관은 1984년 민정당 공채 4기로 정치권에 입문, 한나라당에서 조직국장 등을 거치고 부대변인을 지냈다. 언론과의 관계도 좋지만 입이 무거워 '크렘린'으로 통한다.

이동우 기획관리실장은 '원조' 순장조는 아니다.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촛불사태 이후 홍보 1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 그후 메시지기획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국민 소통에 역할을 했다. 이번에 정책기획관과 통합된 기획관리실장(수석급)에 발탁되면서 순장조로 편입됐다. 그는 정책기획관시절 4대강 사업 등 주요 국정과제를 총괄하면서 이 대통령의 깊은 신뢰를 얻었다. 경북 경주가 고향으로 한국경제신문 사회'산업부장과 전략기획국장을 지냈다.

지난 6월 지역구(서울 성북을) 의원직을 사퇴하고 내년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하면서 청와대에 합류한 김효재 정무수석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순장조다. 김 수석은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 출신으로 이명박 대선캠프에서 언론특보로 활동한 바 있다.

비서관급에서는 김명식 인사비서관과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김상협 녹색성장기획관 등도 순장조다. 이들은 모두 임기초부터 청와대에 들어와 같은 업무를 맡아 온 전문가들이다. 김 인사비서관은 특히 관료 출신들이 대부분 2년 정도 청와대 근무를 마치고 친정인 각 부처로 복귀하는 관례를 깨고 4년째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실무를 책임지고 있다.

교수 출신인 김태효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핵심인 '비핵'개방 3000'구상의 틀을 만든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정책기조를 처음부터 추진해 온 김상협 녹색성장 기획관도 다음 정부까지 녹색성장기조가 이어질 수 있도록 보좌하고 있다.

◆순장조에서 이탈한 사람은?

순장조로 분류되던 박형준 사회특보와 이동관 언론특보는 이번 인사에서 특보직에서 물러나 순장조에서 벗어났다. 이들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지만 'MB맨'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생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은 청와대를 떠났지만 외부에서 이 대통령의 사저 문제 등을 맡을 것으로 알려져 퇴임 후를 함께할 외부 순장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은 여러 번 고비를 넘기다가 내곡동 사저 사태가 터지자 버티지 못하고 청와대를 떠나 순장조에서 벗어났다. 그는 당초 이 대통령의 퇴임 후까지도 경호책임을 맡겠다고 공언했지만 김 전 총무기획관과 함께 사저논란의 한가운데 서면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

김두우 전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각별해서 퇴임 때까지 함께할 순장조로 발탁됐지만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되면서 낙마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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