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볼/유준재 글 그림/문학동네/52쪽/1만2천800원
야구 배트와 검정색 미즈노 글러브를 아버지에게서 선물받은 날로부터 1982년 프로야구가 탄생하던 해를 지나 어른이 되기까지, 작가가 아버지와 함께 나눈 야구에 얽힌 추억이자 작가의 가슴에서 싹터 무르익어온 아버지를 향한 마음을 담은 그림책이다.
말썽꾸러기 아들이 망가뜨린 집안 곳곳의 흔적을 손보고, 어쩌다 퇴근이 이른 저녁이면 잊지 않고 만화책이나 과자를 양손 가득 들고 왔으며, 휴일이면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주던 아버지, 그러나 대화하는 법에 있어 서툴렀던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들 아버지에 대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기억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책 속 한 장면 한 장면에 마음이 움직이고 말로 전하지 못한 마음속 말들이 먹먹하게 파고든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어른이든 아이이든 아버지를 생각하게 한다.
"공이 난다. 아버지가 던진 공이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마이볼!"
▨사람으로 둔갑한 개와 닭/홍영우 글 그림/보리/40쪽/1만1천원
오랜 옛날부터 우리와 가까이 지내 온 개와 닭은 옛이야기 속에 자주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람들은 개와 닭을 집에 두고 키우면서 집을 지키고 달걀도 얻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 주인 영감은 오랜 시간 함께해 온 개와 닭이 늙어서 시원찮다고 잡아먹을 궁리를 한다.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그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 없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사람과 동물, 강한 것과 약한 것, 이 세상 모든 생명들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어울려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지네를 찾아가 주인 영감을 죽이고 사람이 되고자 했던 동물들의 계획은 실패하지만 그 사건으로 깨달음을 얻은 영감은 양지바른 곳에 개와 닭을 묻어주고 집짐승도 식구처럼 알뜰살뜰 보살폈단다. 우리 집 고양이도 둔갑하려는지 오늘 밤 지켜볼까!
▨그래도 나를 사랑해/오진원 글/신민재 그림/문학과 지성사/127쪽/9천원
판타지 소설로 문단에 주목받았던 작가가 쓴 첫 번째 동시집이다. 59편의 시 중 42편이 작가 아홉 살부터 열세 살 때까지 쓴 작품으로 그 나이 또래의 소녀가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시적 표현과 상상력이 뛰어나다. 사뭇 동시는 동심의 밝은 눈으로 아름답고 예쁘게 써내려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의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아픔까지 아이의 심정에서 가감 없이 노래하고 있다.
'아빠를 만나러 가요.' 한 달에 딱 한 번 아빠를 만나러 가요/ 곁에 있을 땐 몰랐어요 아빠가 앞치마를 입을 수 있단 걸 나를 위해 떡볶이를 만들 수 있단 걸 소리치지 않고 조용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내 머리를 쓰다듬는 아빠 손이 이렇게 컸었나요?/ 우리가 하나였을 땐 보이지 않았어요./ 내 눈동자에 아빠 모습이 모두 담길 수 있다는 걸 우리 둘 발가락 손가락이 똑같이 생겼단 걸/ 나를 안아 주는 아빠 품이 이렇게 넓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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