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 문제다.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여든 야든 한결같이 문제다. 한쪽에선 더 큰 대의를 위해 합당한다며 싸우고, 다른 쪽에선 쇄신한다며 싸운다. 적어도 일반 국민의 상식으로는 이들 싸움의 어떤 고매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저마다의 몸부림이다.
정당이 선출직 공직 후보자를 충원하고 공천함으로써 하나의 '팀'으로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고, 다수의 선택을 받은 '팀'이 통치하는 것이 정당선거 정치의 과정이다. 정당은 사실 선출직 공직을 원하는 사람들의 공동 이익에 기반한 일종의 연대체 혹은 이익결사체다. 이때 공동의 이익은 물론 당선이다. 이들에게 있어 좋은 정책이나 대의는 그 어떤 아름다운 수사에도 불구하고, 당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한에 있어 중요할 뿐이다.
정당 존립에 있어 중요한 건 그래서 정강정책을 통한 정책비전의 제시보다 정당원 및 공직 후보자에 대한 '통제'다. 이때의 통제는 구성원들의 '이익'의 통제이며, 공직 후보자에 대한 정당의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정당은 존립하기 어렵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정당의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선거는 개인 대 개인의 인상 평가를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선거 결과는 통치를 위한 다수의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아 별도의 정치적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때의 통치를 위한 다수는 유권자의 실제적인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당선자들의 이익연합이다. 이렇게 개인을 단위로 이루어지는 정치과정은 변덕스럽고 혼란스러우며 예측가능하지 않아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존 올드리치 교수의 '왜 정당인가?'는 정당의 기원과 그 변화의 과정을 역사'실재적으로, 그리고 이론적으로 밝힌 책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정당은 후보자 중심의 정당(candidate-centered party)으로 변모했고, 즉 정당은 후보자의 당선을 위한 인력, 선거 노하우, 자금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 정당이 되었으며, 이러한 정당이 이념중심의 정당과 비교해 보다 강력한 정당-유권자 연계를 이루게 되면서 정당의 재활성화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통제를 통제가 아닌 서비스로 전환하는 데 정당의 활로가 있다.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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