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2'3동의 한 도로가. 인도 위 헌옷 수거함 옆에 망가진 나무 의자와 가구들, 포대에 담긴 쓰레기들이 마구 버려져 있었다. 이곳에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주택가에도 헌옷 수거함이 설치돼 있었다. 파란색 수거함 옆에는 깨진 화분과 전기장판,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가 내팽개쳐져 있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이곳 주민 장모(70'여) 씨는 "전봇대 바로 앞에 헌옷 수거함이 있으니까 동네 주민들이 대부분 여기에 쓰레기를 버린다.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검은 봉지에 담아 무단으로 투기하는 경우도 많아 냄새가 심하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폐의류를 재활용할 목적으로 도심 곳곳에 설치한 헌옷 수거함 주변이 쓰레기 밀집지로 변해 도심 미관을 해치고 있다. 또 이런 수거함이 불법 설치물인데다가 수거함을 설치한 업체가 제각각이라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도심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현행 도로법에 따르면 이면도로나 큰 도로가에 있는 헌옷 수거함은 모두 '불법 점유물'이다. 이 수거함은 대부분 개인 사업자나 일부 장애인단체에서 헌옷을 모아 팔기 위해 구청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설치한 시설이기 때문. 게다가 주택가와 도로 곳곳에는 수거 업체 이름도 표시되지 않은 수거함이 널려 있어 전혀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날 서구 평리3동 주택가에 있는 헌옷 수거함은 관리 업체 이름은 고사하고 각종 전단지로 도배돼 있어 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곳은 지나던 한 주민은 "몇몇 사람들이 이불이나 못 쓰는 가구 같은 것을 수거함 옆에 가져다 놓아서 주변이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차라리 헌옷 수거함을 치워버렸으면 좋겠다"고 불평했다.
현재 대구시를 포함한 시내 8개 구'군 중 헌옷 수거함 정비와 관련된 조례를 제정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헌옷 수거함의 규격화와 설치 장소, 거리 등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마구잡이식 헌옷 수거함이 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 박정숙(57'여) 씨는 "헌옷을 아무데나 버리기 아까우니까 사람들이 헌옷 수거함에 넣는 것 아니냐"며 "구청에서 자원재활용을 위해서라도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하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구청도 있다. 대구 달서구청은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달서구에 불법으로 설치된 헌옷 수거함 71개를 철거했다. 헌옷 수거함 주변에 쓰레기가 많이 쌓여 악취가 진동한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대규모 철거에 나섰고 18일까지 수거함을 찾으러 오지 않으면 집단 매각할 예정이다.
달서구청 청소과 최용석 주무관은 "관리는 하지 않고 헌옷을 모으려는 몇몇 단체들과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시민들의 비양심적인 행동 때문에 수거함 주변이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며 "헌옷은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날 비닐에 싸서 함께 내놓으면 구청에서 수거해간다"고 설명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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