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볼리비아 '태평양 진출' 공방

칠레-볼리비아 '태평양 진출' 공방

볼리비아의 태평양 진출 문제를 놓고 볼리비아와 칠레가 날카로운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다.

칠레와 페루-볼리비아 연합군은 1879~1883년 '태평양 전쟁'을 벌였으며, 이 전쟁은 칠레의 대승으로 끝났다. 페루는 3만5천㎢ 넓이의 태평양 해역 관할권을 칠레에 넘겼고, 볼리비아는 영토 상당 부분과 400㎞에 달하는 태평양 연안을 상실하면서 내륙국이 됐다.

볼리비아는 그동안 칠레 정부에 태평양 진출 문제를 둘러싼 협상을 제의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갈등만 계속해 왔다. 이 때문에 양국은 1978년 이래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미주기구(OAS)가 1979년 결의안을 통해 볼리비아의 태평양 진출 요구를 중대한 지역현안으로 규정하고 협상을 촉구한 사실을 들어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을 압박했다.

16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내년 2월 중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를 방문해 제소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칠레 정부는 "이 문제로 분쟁이 생기면 모든 책임은 볼리비아가 져야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알프레도 모레노 칠레 외교장관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음에도 볼리비아는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칠레와 페루는 태평양 해상 국경선 변경 문제로 논란을 벌이고 있다.

칠레와 페루는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나서 1952년과 1954년 해상 경계선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칠레 정부는 이 조약으로 해상 국경선이 확정됐다고 주장했으나 페루 정부는 국경선이 아닌 어업권을 다룬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페루 정부는 2007년 8월 3만5천㎢의 해역을 자국 영해로 표시한 지도를 제작하면서 칠레와의 영유권 분쟁에 불을 댕겼고, 2008년 초 칠레 정부를 ICJ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칠레 정부는 "페루 정부는 50여 년 전 양국 간에 체결된 협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페루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