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초산 여부와 관계없이 만 35세 이상의 여성이 임신한 경우를 '고령 임신'이라고 한다. 생물학적으로는 가급적 일찍 임신하고 출산해야 건강한 아기를 얻을 수 있고, 산모의 건강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늦게 임신할 경우, 난자의 노화 탓에 임신율이 떨어지고, 착상이 잘 안 돼 유산율이 높으며, 임신이 유지되더라도 염색체 이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출산율은 가장 낮지만 초산 연령이 점차 늦어지면서 고령 산모의 비율이 5년 만에 2.5배나 늘어났다. 갈수록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경제력을 갖추고 자기계발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다 보니 결혼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 아울러 이혼 및 재혼의 증가로 35세 이상 여성의 출산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20대에 출산한 뒤 자녀를 거의 다 키워놓고 10년 이상 터울이 나는 늦둥이를 출산하는 가정이 늘다 보니 고령 임신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고령 임신,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 필요
고령 임신의 경우 ▷임신 초기에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유산 및 조산의 가능성이 높고, ▷임신 중 고혈압, 임신 중독증, 임신성 당뇨, 전치태반(태반이 자궁입구에 너무 가까이 있거나, 입구를 덮고 있을 때를 말함. 태반이 자궁입구를 막고 있으면 아기가 산도를 통과할 수 없어 진통 시 과다출혈을 유발하는 등 위험할 수 있음), 유착태반(자궁 속막에 염증이나 다른 이상이 있을 때 태반의 일부나 전부가 자궁에 유착되는 것)의 가능성이 높으며 ▷조기 진통, 조기 분만, 태아 성장 지연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이에 따라 출생 후 인공호흡기, 인큐베이터 치료의 가능성도 높고 ▷난산으로 제왕절개수술의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런 모든 위험은 가능성일 뿐 '고령 임신'을 하면 반드시 이런 일이 생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효성병원 이경아 의무원장은 "이런 위험은 개인적인 체질 차이로 젊은 임산부에도 일어나는 것이므로 임신 전 몸 상태를 미리 검사하고, 임신 중 건강관리,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철저히 관리하면 합병증 없이 건강한 출산을 할 수 있다"며 "육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준비된 엄마가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젊은 여성보다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좋은 부모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고령 산모의 출산 관리
일단 임신했다면 초기 착상이 불안전한 12주 이내는 1, 2주 간격으로 진료를 받고 이후 7개월 동안은 4주마다, 8'9개월은 2주마다, 마지막 달은 1주마다 진찰을 받아야 한다. 또 초기 방문 시 빈혈, 소변, 간염, 매독, AIDS, 혈액형, 풍진 검사,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는다. 아울러 병원에 갈 때마다 혈압, 몸무게를 측정하고, 초음파로 태아 크기 및 심장박동을 확인한다.
10~12주가 되면 태아 목둘레 두께 측정, PAPPA 혈액검사를 하고, 16~18주엔 기형아 여부를 판단하는 '쿼드(Quad)검사'(기형아 통합검사이며 발견율은 90~94%)를 받는다. 고위험군에 속하면 16~20주에 양수검사를 시행한다. 20~24주가 되면 정밀 초음파로 심장 구조와 다른 장기의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24~28주에 이르면 임신성 당뇨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출산 전 관리는 특별히 고령 산모라고 해서 일반 산모와 다른 것은 아니다. 다만 염색체 이상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35세 이상 산모의 경우, 병원에서 양수 검사를 권유하며, 40세 이상은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골반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자궁경부가 굳어져 진통 시간이 길어진다. 특히 고령에 초산인 경우 자연분만율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자연분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도 아닌데 단지 고령 임신이라는 이유로 자연분만을 시도하지 않고 바로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령 임신부라면 병원 선택도 신중해야 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특정 진료과목이나 특정질환 등에 대하여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시행하는 병원들을 '전문병원'으로 선정했다. 종합병원보다 의료비 부담이 적고 대학병원급의 의료기술, 인력, 시설 및 의료장비의 우수성을 공인받은 산부인과 전문병원을 선택해 임신 관리와 출산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효성병원 이경아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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