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서울 노원구 소재 아파트를 8천만원에 계약한 주부 김모씨는 전세기간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한테서 전세금을 2천만원 올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교육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당장 돈을 구하기도 마땅치 않아 깊은 시름에 빠졌다.
회사원 이모씨 역시 전세계약 만료일을 한 달 앞두고 전세금을 현재 8천만원에서 3천만원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시중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은 이씨는 추가대출이 가능한지 알아봤으나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김씨와 이씨처럼 대다수 세입자가 전세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어김없이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최근 1년간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이 소비자물가의 3배 넘게 급등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은행과 국민은행의 통계를 보면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06.5로 전년 같은 달보다 14.5% 올랐다.
전세가격 상승은 강북권과 소형아파트가 견인했다.
강남권, 대형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전세금이 낮았던 만큼 오름폭이 컸다. 핵가족화 등으로 1~2인 소규모 가구가 많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한국부동산연구원 안지아 책임연구원은 19일 "강북권과 소형아파트는 비교적 전세금이 낮고 소규모 가구가 살기 좋아 수요가 많다. 강남권에 살던 주민들이 높은 전세금을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강북권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갑자기 수천만원의 전세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는 서민들로서는 가계부채 부담이 확 늘어난다는 점이다.
심각한 전세난 탓에 주택금융공사가 신용보증을 해주는 전세자금보증은 지난 8월부터 8천억원 이상 증가했다. 11월 현재 총 보증액은 8조4천731억원에 달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올해 들어 최대폭으로 늘어난 것은 주택 신규분양 증가와 전세난 때문으로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서울의 전세금이 과도하게 오르면 가계가 지방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으나 그전에 일단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등의 조처를 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서민 가계는 이미 전세금을 대출로 마련한 경우가 많아서 전세금 급등은 과다채무 양상, 가계부채 부실화와 같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 연구원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12.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난다면 전세금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이 대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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