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은의 점심대점 "도움 받았으니 돕는 건 당연"…장기식 씨

"동네에서 식당을 열고 나서 손님으로 자주 오신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점심대접을 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서 돼지갈비 식당을 운영하는 장기식(38'사진) 씨는 10년째 매년 정월과 어버이날이 낀 5월, 가을 초입 등 세 차례에 걸쳐 동네 어르신을 초청,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장 씨는 이외에도 한여름 복날마다 동네 경로당을 돌며 과일과 선물을 돌리고 있어 어르신들에게 '참하고 예의바른 청년'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경로잔치는 대개 사흘간 이어집니다. 초청 어르신이 500~600명 정도 되니까 한번에 모실 수 없어 나누어 하는 겁니다.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하고 다른 손님은 일절 받지 않고요."

경로잔치를 열 때면 장 씨는 승합차를 몰고 일일이 진천동, 대곡동, 상인동 일대 약 30곳의 사전 약속된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을 가게로 모신다. 인원이 많은 곳은 한 경로당에 80여 명에 달하기도 한다.

"가게 오픈 때만 해도 진천동의 7, 8곳 경로당에서 200~300명의 어르신들만 모셨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왜 우리는 빼놓느냐'고 하는 분들이 계셔서 초청을 확대하다 보니 이처럼 인원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장 씨는 접대할 어르신 인원이 많아도 개의치 않았다. 달서구 진천동은 도심화가 진행됐지만 아직 옛 향리의 풍속이 남아 있고 어르신들의 경로당 모임도 비교적 활발한 곳으로 가게 운영에 도움을 받았으니 도움을 주는 건 당연하다는 마음이다. 한번 경로잔치를 열면 500만~600만원의 경비가 들지만 어르신들이 식사 후 장 씨를 불러 격려의 박수를 보낼 땐 마음이 뿌듯하다고 했다.

"가장 마음 아플 때는 지난번 경로잔치에 나오셨던 분이 보이지 않을 때입니다. 안부를 물었다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왠지 짠해 이젠 잘 묻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는 새로운 경로당 회원들을 보게 되면 반갑고 10년째 경로잔치를 열다 보니 오픈 때부터 함께한 직원 중엔 특정 어르신의 식성까지 파악해 좋아하는 음식을 그 어르신 자리에 더 내놓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군 제대 후 24살 때 1t 트럭을 몰고 과일, 채소장사로 자수성가한 장 씨는 음식 장만도 계절별 특성에 맞춰 떡국이랑 소면 등을 내놓음으로써 더욱 지역 어르신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망이 있다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과 힘닿는 데까지 지역을 위해 작은 봉사를 하는 것입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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