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우리 국민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가 3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지긴 했지만 이후 회복해 건재를 과시해 왔고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삼겠다며 활발하게 활동해 오다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다행스럽게도 불안감이 일어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차분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해 5도 등 접경지역 거주 일부 국민들이 바깥 출입을 자제하는 등 급변 상황에 따른 행동을 보였지만 1994년 김일성 사망 때처럼 생필품 사재기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처럼 비상시국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가 안정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와 비상 국무회의에서 한반도 안정을 강조하면서 국론이 분열되지 않아야 하며 국민들이 동요하지 말고 경제활동에 전념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김정일의 죽음으로 김정은 3대 세습체제가 단기적으로 큰 흔들림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는 변수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취약기의 북한을 신중하게 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정치 선전 공세의 의미가 있는 김포 애기봉 등 전방지역 3곳의 성탄 점등을 않기로 한 것은 합당한 결정이다.
불필요하게 북한 자극하지 말길
북한 지역에 전단을 살포하는 등 반북단체의 활동도 자제되어야 한다. 일부 반북단체가 김정일의 사망 직후 환영하는 반응을 보인 것은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으며 이런 행동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체제 변화의 위기를 겪고 있는 북한이 내부 통합을 위한 도발에 나설 수 있으며 이 같은 행위가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북한에 조의를 표하거나 조문 사절을 보내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여야 간 시각 차가 있지만 논란으로 번져 국론 분열의 양상으로 흐르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김정일이 아웅산 테러나 천안함 도발을 일으키고 북한 주민들을 굶주려 죽게 하는 등 '악의 지도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에 대한 조문이 한반도 안정을 위한 정치 행위라는 측면에서 고려해 봄직하다.
조문 검토하고 대화 창구 열어두어야
북한에 대해 식량 공급 등 인도적 지원의 문이 열려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남'북한은 긴장관계였다가 최근 대화를 재개하고 김정일 사망 직전 미국도 식량 지원을 조건으로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의 핵심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조치를 이끌어내려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유화적 분위기가 김정일의 사망으로 일시 중단되게 됐지만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열어둠으로써 상황이 변질되고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북한의 급변 사태로 인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정은 주변 이해 당사국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의 긴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자체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미국, 러시아, 일본 등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하며 특히 북한과 가까운 중국과의 공조에 힘을 쏟아야 한다. 중국은 우리만큼 한반도의 안정을 원하며 북한의 돌발행위 방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체계도 단단히 다져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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