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12월은 평가의 시간

신묘년(辛卯年)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2011년을 가슴 벅차게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몇 날이 지나면 임진년(壬辰年) 새해가 다가옵니다. 연말이 되면서 이런저런 약속과 모임으로 들뜬 마음과 분주한 일상에 젖어 자칫 자신의 시간과 건강을 낭비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저는 여러분들께 분주함에서 잠시 비켜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2011년을 시작하면서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여러 가지 각오와 계획을 준비해 묵묵히 달려왔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공했다고 기쁨에 도취되거나, 실패했다고 후회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2011년은 끝나지 않았으며, 가장 중요한 평가의 시간 12월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끝이 있기에 시작이 있고, 출발이 있기에 도착이 있듯 동전의 양면처럼 새로운 시작은 끝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와 관계가 깊습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끝까지 노력하며, 끝을 잘 평가해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사람만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 살아갑니다. 즉 평가를 잘하는 사람이 과정도 충실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까요? 저는 다음과 같이 자신을 성찰하기를 권해 드립니다.

먼저 냉철한 이성의 눈을 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를 바랍니다. 올해의 성공과 실수, 실패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겸허히 수용하며 이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또한 새해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할 때 우리는 보다 성숙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감사의 마음으로 한 해를 돌아보고, 희망의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한 해를 평가하되 감사한 일을 먼저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관하거나 낙담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록 지금의 모습이 부족하다 해도 그 모습이 미래의 모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희망의 눈으로 미래를 볼 때 내일의 자신은 좀 더 새롭고 성숙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새해에 준비했던 여러 가지 각오와 계획을 연말에 이르러 되돌아보면서 1년 동안 시간관리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했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에서 시계보다 더 필요한 것이 나침반입니다. 즉 얼마나 빨리 가느냐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나아가 나침반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거울입니다. 지금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를 수시로 비춰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만 다시 새해가 오면 또 밭을 갈고, 나무를 심어, 잎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수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한 해를 돌아보니 아쉽고 부족한 것들이 참 많습니다. 아마도 매일매일 자신을 점검하며 노력해 왔다고 하더라도 지나고 나면 늘 아쉽고 부족하다고 느끼기 마련이겠지요. 하지만 지금부터 남은 기간은 금년을 잘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12월을 잘 정리하는 것이 지난 11개월간 지나온 시간보다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쁜 연말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고요히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을 다시 한 번 권해 드립니다. 그 방법으로는 등산이나 여행, 직원 간의 티타임, 가족 간의 나들이 등 그 어느 것이라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평가의 시간은 미래를 위한 단단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끝마무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겸손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위한 자기와의 약속을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끝을 맺기를 처음과 같이 하면 실패가 없다"는 노자의 말씀과 시인 롱펠로의 "시작하는 재주도 위대하지만, 마무리 짓는 재주는 더욱 위대하다"는 말이 새삼 마음에 새겨지는 시간입니다. 마지막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합니다. 마지막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12월의 소중함을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항상 처음처럼,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앞과 뒤가 똑같은 마음으로 매일의 결심이 있다면 열매도 함께할 것입니다.

끝까지 간 길에서 짓는 함박웃음은 진정 위대한 웃음입니다.

분주한 일상에서 준비 없이 새해를 맞지 마시고 자기점검의 여유를 통해 물속에서 승천을 기다리는 흑룡(黑龍)의 해 임진년을 희망으로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이충곤/에스엘(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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