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해 크리스마스, 참 조∼용하다

北 문제로 뒤숭숭 해결 안된 경제난 전력난 트리 감소

대구지역 백화점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사라졌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물로 인기가 많은 화장품츨 파는 코너도 예년보다 조용하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지역 백화점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사라졌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물로 인기가 많은 화장품츨 파는 코너도 예년보다 조용하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글로벌 경제위기에 절전, 대북 리스크까지'

유통 및 외식 업계가 연중 최대 특수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았지만 울상이다.

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 심리가 냉각된데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까지 잇따르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사라진 때문이다. 특히 전력 사용 제한으로 겨울 도심 밤을 장식했던 트리와 캐럴까지 자취를 감추면서 더욱 썰렁한 크리스마스가 되고 있다.

20일 오후 6시 반 대구 수성구 한 식당가. 퇴근시간이라 도로에는 오가는 차들이 많았지만 식당 앞 인도는 지나는 사람없이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한 식당 앞에는 20여 대는 넉넉히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3대의 차량만이 세워져 있었다. 다른 식당은 네온사인이 꺼져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장사를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식당 주인은 " 원래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 식당가가 북적이는데 올해는 유난히 손님이 없다"며 "거기다 에너지사용제한조치 때문에 네온사인까지 껐더니 문 닫은 집 같은 분위기가 난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는 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안과 늦게 찾아온 추위 때문에 올 하반기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대구지역 백화점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번 달 11일까지 17일간의 사상 최장기간의 송년세일을 펼쳐 매출 급반등을 노렸지만 세일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까지 매년 송년세일 매출 신장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긴 세일기간에도 2~10% 신장에 그쳤다.

일부 브랜드들은 송년세일 이후에도 세일행사를 진행하고 백화점들은 크리스마스 특별세일을 마련하는 등 연말 특수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백화점 업계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대북 위기에는 대체적으로 생필품 수요는 늘지만 의류나 화장품 등 백화점 주력상품의 매출은 준다"며 "연말을 앞둔 상황에서 전해진 소식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음식점들은 백화점보다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기에는 외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한 해의 마지막 대목으로 여겨지지만, 올해는 대다수 식당들이 썰렁하다.

고급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52) 씨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크리스마스 모임과 송년회 예약이 마감될 시기"라며 "올해는 예약이 예년의 절반 정도로 수준"이라고 한숨 쉬었다.

도심 거리에서도 성탄 분위기를 찾기 쉽지 않다.

정부의 전력 사용 제한 조치로 대형 유통업체나 빌딩들이 외부 조명은 물론 크리스마스 조명도 오후 5~7시까지 꺼두기 때문이다. 캐럴의 경우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틀 경우 보상금을 내야하는데 저작권과 관련된 3개 단체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소매점 외에는 비용부담 때문에 캐럴 음악을 틀지 못하는 곳도 많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크리스마스에는 확실히 화려한 장식과 조명으로 풍성한 분위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에너지절감 차원에서 7시 이후부터 트리 조명을 점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사진=대구지역 백화점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사라졌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물로 인기가 많은 화장품을 파는 코너도 예년보다 조용하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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