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서 음악 공연을 하면 환자들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몰라요.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부르기도 하죠. 환자들에게 삶의 비타민을 전하고 싶습니다."
색소폰을 20년째 불고 있는 가수 한현. 대구에서 정신병원 환자나 요양원 어르신들에게 음악 선율을 전하는 향기로운 가수로 통한다. 오랫동안 섬유업을 해오다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아 음악인으로 변신한 그는 라이브카페를 운영하며 시간을 쪼개 매월 10차례 이상 음악봉사에 나선다.
그는 1999년 봉사단체인 열린음악예술단(이하 예술단)을 창단했다. 칠곡 성동정신병원과 인연을 맺어 매월 두 차례씩 13년째 음악공연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이달 29일 열릴 음악공연은 송년특집으로 꾸릴 계획이다. 마술, 국악, 가요, 레크리에이션 등 다채로운 공연과 환자 장기자랑도 준비돼 있다.
"10여 년 운영하던 섬유업이 부도를 맞았을 때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어요. 하지만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칠곡 운암지에 갔는데 그곳 주변에 IMF로 실직하신 많은 분들이 쓸쓸히 앉아 있더군요. 그래서 이런 분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기 위해 예술단을 만들게 됐습니다."
처음 단원 3명으로 출발한 예술단은 현재 40대에서 70대까지 가수 26명, 연주자 5명, 일반봉사자 4명 등 35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 단장이 무대장비와 음향기기 등을 사비로 마련했고, 단원들은 개인 악기와 무대복을 각자 갖추고 있다.
한 단장은 단원들과 요양원 10여 곳에서도 무료공연 봉사를 하고 있다. 또 동화사 자비원을 비롯해 칠곡군립노인요양원, 대구서부노인전문병원 등을 매월 한 차례씩 방문해 선율을 선사한다.
예술단은 또 매년 5, 6월 '불우이웃 및 소년소녀가장 돕기 기금마련 사랑의 열린 음악회'를 8년째 열고 있다. 매년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벨리댄스, 국악, 가요, 연주, 사물놀이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 시민 1천500여 명이 관람할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 이날 모인 시민들의 값진 성금(매회 30만~40만원)은 매일신문사 '이웃사랑'에 기탁해오고 있다.
이 밖에도 대구시민들을 위한 열린 음악회도 많이 열고 있다. 매년 봄에서 가을까지 두류공원 솟대광장에서 매달 한 번씩 작은 음악회를 열어 왔고 여름에는 월드컵경기장, 가을에는 수성유원지 수변무대에서도 한 차례씩 음악 무대를 갖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두류지하상가에서 특설무대도 마련했죠. 공연마다 어르신 400여 명이 몰려 춤도 추는 등 너무 좋아해요. 앞으로 어르신들을 위해 계속 무대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예술단은 매년 영'호남 화합을 위해 매년 봄, 가을에 광주와 대구를 오가며 5년째 문화교류행사를 갖고 있다. 지역에서는 수성유원지 수변무대나 대구문화예술회관 앞 특설무대를 꾸며 공연을 펼치는데 시민 3천~4천 명이 관람할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는 것.
한 단장은 단원들과 함께 10년째 대구 서구 평리동에 있는 무료급식소 '이웃 참사랑의 집'에서 배식과 공연 봉사를 매월 한 차례 실시하고 있다. 단원들 중에는 봉사 마일리지 통장 1천 시간이 넘는 단원도 4명이나 된다. 예술단은 2005년 대구시 자원봉사 대축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합천 출신인 한 단장은 고향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지난 2005년에 고향의 아름다움을 노래로 담은 '내고향 합천'이라는 곡을 발표했다. 지금도 합천 출신 향인들 사이에 애창되며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인기가 많다는 것. 또 2006년에는 서문시장 노점상의 삶의 애환을 담은 노래 '시장길 아지매'를 발표하기도 했다.
"음악봉사를 하다 보니 짓눌린 나의 인생이 활력으로 넘치게 됐습니다. 우리 이웃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전하는 맑은 영혼으로 계속 남고 싶습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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