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정일 사망 포착 못 한 국정원, 수장 교체해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 뼈아픈 대목은 정보 당국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오전 북한이 중대 사안 발표를 예고한 직후 권영세 국회 정보위원장이 국가정보원 고위 관계자에게 "혹시 김정일이 사망한 것 아니냐"고 묻자 아니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사망 발표 불과 20분 전에 이 같은 문답이 오갔고 국정원은 김정일의 사망을 까맣게 몰랐다.

정보기관의 수장인 원세훈 국정원장이 일반 국민들과 같이 TV 뉴스를 통해 김정일의 사망을 알게 됐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동네정보원'이라는 비아냥을 듣다가 국가 안보에 가장 중요한 정보를 놓치게 돼 할 말이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의 사망이 알려지지 않은 52시간 동안 나라를 비우고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원 국정원장은 또 국회에서 김정일의 사망 정황과 관련, 그의 전용 열차가 움직이지 않았다고 보고한 반면 군 고위 관계자는 움직인 것으로 파악했다. 국정원과 군은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 때에도 서로 다른 보고를 한 이후 올 들어 두 기관의 정보 공유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에 대해 다시 엇갈린 의견을 내놓음으로써 정보 공유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을 드러냈다.

이처럼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이 한계를 보이는 것은 주로 미국의 정찰위성 등 신호 분석을 통해 정보를 얻는 '시긴트'(SIGINT)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보 수집의 양대 축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얻는 '휴민트'(HUMINT)는 취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민트 라인이 DJ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붕괴됐으며 현 정부 들어 복원되고 있지만 아직 미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의 극소수 최고위층이 김정일 사망 사실을 숨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감지하기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 사실을 제때에 포착하지 못한 것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 중대한 잘못이며 그냥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무능함을 보인 국정원장을 교체해 분위기를 일신하고 대북 정보 수집 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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