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름통] 크리스마스에 떠오르는 숨겨진 명작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어떤 영화가 떠오를까.

많은 이들이 '나홀로 집에'(1990년)를 꼽는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홀로 남겨진 영악한 아이가 어설픈 도둑을 물리치는 영화다. 크리스마스 연휴만 되면 TV에 방영되는 바람에 자연스레 각인됐다. 또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LA에 온 뉴욕 경찰관의 고군분투를 그린 '다이하드'를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이외 1947년 작을 리메이크한 본격 크리스마스 영화 '34번가의 기적'(1994년)을 비롯해 '크리스마스의 악몽'(1993년), 짐 캐리의 '그린치'(2000년), '패밀리맨'(2000년), '러브 액츄얼리'(2003년), '세렌디피티'(2001년), '폴라 익스프레스'(2004년) 등 크리스마스의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많은 영화들이 있다.

필자에게 가장 크리스마스의 깊은 사랑이 느껴지는 영화가 두 편 있다. 웨인 왕 감독의 '스모크'(1995년)와 일본 곤 사토시 감독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2003년)이다.

'스모크'의 배경은 뉴욕 브룩클린의 한 담뱃가게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올 때마다 늘 담배 두 갑을 사가는 소설가 폴 벤자민(윌리엄 허트)은 단골손님이고, 주인 오기(하비 케이텔)도 담배를 물고 산다.

'스모크'는 1992년 출간한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물건을 훔친 좀도둑의 지갑에서 낡은 사진을 본 오기가 그 낡은 임대 아파트를 찾아가게 되고, 거기서 눈먼 노파를 만나 오랜만에 집에 온 손자처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따뜻한 저녁을 먹은 후 오기는 자신도 모르게 그 집에서 35㎜ 카메라를 들고 나오게 되고, 그 이후 그 카메라로 매일 사진을 찍게 되었다는 고해의 이야기다.

낡은 카메라의 셔터 소리, 그리고 가슴을 데우는 관대함.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리운 것들이다.

지난해 8월 지병으로 사망해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을 아쉽게 한 곤 사토시 감독의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은 버려진 갓난아이를 주운 세 명의 노숙자가 부모를 찾아주기 위한 분투를 그리고 있다.

빚 때문에 가족을 등진 가장, 여자가 되고 싶은 아저씨, 아버지와 갈등으로 가출한 소녀는 티격태격 싸우면서 크리스마스 밤거리를 헤맨다. 노숙자는 삶의 끝에 선 이들이다. 가장 따뜻해야 할 크리스마스, 집도 없이 차가운 눈 속에 노숙해야 하는 이들이 갓난아이로 인해 서로의 상처를 치료해가는 과정이 재치 있고 따뜻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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