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면 죽고 싶다. 공부 잘 하던 아들이 대학 입시에서 떨어지면 배신당한 기분이 든다. 선거에서 낙선하면 주민들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직장에서 쫓겨나면 사장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배신의 후유증으로 정신과를 찾는다. 배신 때문에 분해서 잠을 못 잔다. 잠이 들었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를 갈게 된다. 밥 먹고 싶은 마음도 없고 누구를 보아도 반갑지 않다. 죽이고 싶고 두들겨 부수고 싶다. 어떻게 죽일까 아니면 어떻게 죽을까, 그 생각 밖에 없다. 이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그래도 자아가 강한 사람 축에 들어간다. 심약한 사람은 자살을 한다. 술주정뱅이가 된다. 향정신성 약물이나 마약의 중독자가 된다. 노름에 빠진다. 결국 회사에서 쫓겨나고, 가정은 풍비박산나고, 그 사람은 쓰레기가 된다
내가 남에게 주고 되돌려 받지 못할 때 사람들은 흔히들 배신당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그들의 사랑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럴 수가 없다. 바라는대로 되지 않으면 환경을 탓하는 것이 아니고 그 희생자에 지나지 않는 상대방을 배신자로 몰아 미워하게 된다.
고다마 싯달타 선생은 그의 사촌 동생이며 제자였던 제바닷다에게 배신을 당해 목숨까지 빼앗길 뻔하였다. 예수님은 애제자 유다에게 배신을 당해 아예 십자가에 매달리고 말았다. 이렇듯 성인들도 그들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어 배신을 당해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판에 우리 같은 소인배들이야 상대방에게 얼마나 많은 실망감을 주며 살고 있을까?
사실 인간이 서로서로 배신을 하고 배신을 당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인간에게서 배신이란 특별한 그 무엇이 아니고 밥 먹고 숭늉 마시는 것과 똑 같은 일이다. 정상적인 일, 흔한 일을 괜스레 배신이라 이름 짓고서는 나만 당하는 억울한 일,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 행복을 내팽개치고 만다.
소위 배신자에게 그들의 마음을 해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불경을 보고 성경을 읽어보아도 그 배신자들이 한 말은 적혀있지 않다. 기껏해야 제바닷다는 종단의 지휘권을 빼앗기 위해서 석가를 배신했고, 유다는 돈이 탐나서 스승을 팔아먹었다고 한다. 정말 그 이유 하나밖에 없을까? 석가와 예수는 제바닷다와 유다를 욕하지 않았다.
다만 주위 사람들이나 후세 사람이 입에 거품을 물고 저주하고 욕할 따름이다. 내 마음 속에 상대에 대한 반대급부의 마음이 없다면 배신도 존재할 수가 없다. 나를 서운하게 한 사람을 배신자로 삿대질하며 욕할 것이 아니고 없는 것을 있다고 믿고 있는 나의 사고의 착각을 되뇌어 볼 때 배신은 이 세상에 영원히 살아질 것이다.
권영재 미주병원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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