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 태종 이세민은 형과 동생을 죽이고 부왕을 위협하는 '현무문의 변'을 통해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당 고조 이연의 둘째 아들이었던 이세민은 당나라 건국의 일등 공신이었지만, 적장자가 아니었던 탓에 황태자의 지위를 맏형에게 빼앗기고 형과 결탁한 동생마저 자신을 압박하자 정변을 일으킨 것이다.
형제의 피를 뒤집어쓰며 옥좌에 앉은 이세민은 그러나 훌륭한 정치(정관의 치)를 펼치면서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군주로 평가되고 있다.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의 넷째 아들 주체는 조카를 몰아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아버지인 태조 홍무제가 죽고 그 적손인 조카 건문제가 2대 황제가 되면서 변방의 번왕(藩王)으로 나가 있던 숙부들의 군권을 견제하고 나오자 군사를 일으켰다(정난의 변).
가장 세력이 강한 번왕국이던 베이징(北京) 일대를 다스리던 주체는 수도인 난징(南京)을 점령하고 제위를 찬탈해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니 그가 바로 성조 영락제이다. 수도를 자신의 근거지였던 베이징으로 옮긴 영락제 또한 자금성을 축조하고 만리장성과 대운하를 확충하는 등 명나라의 기틀을 다진 비교적 훌륭한 군주로 역사에 남아있다.
조선 세종대왕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세조)은 조카 단종이 어린 나이로 즉위하자 김종서, 황보인 등 선왕의 유명을 받든 여러 중신과 형제들을 살육하고 왕위에 올랐으며 귀양 보낸 단종마저 기어이 죽이고 말았다. 소위 계유정난이다.
세조는 그러나 당 태종이나 명 성조와 비교해 보더라도 그리 훌륭한 군주는 못되었다. 정난 공신들이 훈구파를 형성해 정권을 농단하고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이에 맞선 선비들(사림파)을 숙청하게 하는 못된 씨앗을 뿌려놓은 것이다.
절대 권력자였던 김정일이 사라진 북한 체제의 전망도 상당히 가변적이다. 후계자인 김정은은 20대 후반으로 경험이 너무 일천하고 권력 기반도 취약하다. 영향력을 지닌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고의 후견인이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해외에 체류 중인 숙부 김평일과 형 김정남도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 군부 내 강성인 오극렬파와 혁명 원로들의 움직임도 변수다. 이른바 정변의 가능성이다. 하지만 그것이 북한의 개혁개방과 남북통일을 위한 진통이길 바란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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