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A형, 수능 범위 줄이고 쉽게 출제…대학별고사 강화

2014학년도 대입 수능 국영수 A·B형 선택…학부모 부담만

현재 고교 1학년이 치르게 될 2014학년도 대입 수능시험부터 국어'수학'영어를 난이도에 따라 A'B형 중에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사회'과학탐구의 최대 선택과목 수는 3과목에서 2과목으로 축소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14학년도 수능 세부 시행방안' 시안을 21일 발표했다.

◆2014학년도 대입 수능, 어떻게 개편되나

수능의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은 국어'수학'영어로, 탐구 및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사회'과학'직업과 제2외국어'한문으로 바뀐다. '선택형 시험'의 도입이 가장 큰 변화다. 국어, 수학, 영어는 난이도에 따라 A'B형으로 구분된다. A형은 현행 수능보다 범위를 줄여 쉽게 내고, B형은 현 수능 수준과 같은 난이도인 '만점자 1%'를 목표로 출제된다. 수험생은 A'B형을 선택해 응시하되, B형은 최대 2과목까지만 응시할 수 있다. 국어 B형과 수학 B형은 동시에 선택할 수 없다. 수학은 A'B형이 도입돼도 큰 변화가 없다. 출제범위는 현 수능과 같고, A'B형 공통인 수학Ⅰ도 수준별로 A형과 B형에서 다른 문항이 출제된다.

국어, 영어의 문항 수는 현재의 50개에서 45개로 5개씩 줄어들지만 시험시간은 그대로다. 국어 듣기평가(5문항)는 지필평가로 대체한다.

영어 A형은 실용영어 중심으로 쉽게 출제되고, B형은 기존 수능의 범위 정도로 출제된다. 영어 듣기문항 수는 기존 34%(50개 중 17개)에서 50%(45개 중 22개)로 늘어난다.

사회(10과목)'과학(8과목)은 최대 선택과목이 3과목에서 2과목으로 줄어들고, 제2외국어'한문에서 베트남어가 선택과목으로 추가된다. 평가원은 연내 최종안을 확정하고, 내년 5월 고2 학생을 대상으로 바뀐 수능 방식의 예비평가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수능 개편안, '혼란만 부추길 것'

이번 수능 개편안은 수험생들의 학습부담과 사교육을 줄인다는 취지로 등장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줄지 않고 사교육 부담만 늘 것이라는 주장이 더 많다.

대구시교육청진학진로지원단 박재완 단장(혜화여고)은 "언뜻 보기에 수준에 맞춘 수능이 학습부담을 줄일 것 같지만 가령 한 대학이 쉬운 A형 위주의 전형을 하더라도 어려운 B형 시험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결국 B형에 맞춰 수험 준비를 해야 하고, 대학 전형은 가산점까지 감안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진학지도협의회 박영식 회장(청구고)은 "영어 듣기를 학교에서 대비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학생들이 영어 사교육으로 몰릴 수 있다. 또 대학이 B형에 무게를 두게 되면 선택형 시험의 의미가 없어지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대구지부 문혜선 상담실장은 "쉬운 수능이 학생과 학부모 부담만 늘리고 있다. 이번 수능개편안은 대학이 대학별고사를 강화하면서 또 다른 스펙을 강요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학부모, 학생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입시제도 변화와 고교 교육과정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건고 이대희 교사는 "고교 내신 절대평가제 시행, 수능 자격고사화, 입학사정관제와 대학별고사의 확대, 창의적 체험활동을 골자로 한 2009개정교육과정 도입 등 최근의 교육 변화는 '대학 자율화'라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고교에서는 학생들이 조기에 진로를 정하고, 심화학습과 토론'탐구식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의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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