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멧돼지와의 끝없는 추격전이 펼쳐지고 있다. 먹이사슬의 최고 위치에 있는 야생 멧돼지가 도심에 나타나면서 사람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들은 아파트 주차장을 활보하고, 한강에서 헤엄을 치는가 하면, 심지어 바다로 뛰어들기도 한다.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는 등 우리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전국 30개 수렵장 운영
멧돼지가 농작물을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됐다. 멧돼지가 농가나 야산에 한정돼 활동하는 것도 옛말이 됐다. 도심 한복판 주택가는 물론, 달리는 차에도 뛰어들고 있다. 경남 거제에서는 배로 40분 남짓 걸리는 산달도까지 바다를 헤엄쳐 간 멧돼지가 나타났다.
멧돼지로 말미암은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농작물 피해 규모다.
환경부에 따르면 야생조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이 2009년 127억원, 지난해엔 132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멧돼지에 의한 피해(63억원)가 가장 크다. 신고하지 않은 농가 피해를 합치면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한 해 2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농가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올무나 덫은 물론 전기 울타리를 설치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최소한 민가로 내려오는 것만이라도 막아 보겠다는 의도다.
마침내 정부가 나섰다. 환경부는 지난 10월 말 멧돼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계기관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그 결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멧돼지 기동 포획단'을 구성했다. 지난 11월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강원 6개 시'군, 충북 5개 시'군, 전북 4개 시'군, 전남 3개 시'군, 경북 6개 시'군, 경남 3개 시'군, 제주 3곳 등 전국 30개 시'군지역에 수렵장을 승인했다. 경북도내 수렵 승인 지역은 김천시를 비롯하여 군위, 청송, 영양, 영덕, 봉화군 등 6개 지역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멧돼지의 적정 서식밀도는 100㏊당 1.1마리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서식밀도는 100㏊당 3.5~4.6마리로 나타나 전국적으로 25만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렵, 연간 포획량 지정제로 전환을"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대구'경북본부 권오웅 지부장
"멧돼지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면서 농가 피해도 매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벼농사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특히 묘지훼손 사례가 많아서 원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지요."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권오웅(64) 지부장은 전문 수렵인이다. 야생동식물 보호 임무가 주요 업무지만 전국적으로 멧돼지 피해가 늘어나면서 멧돼지의 적정한 개체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최근 멧돼지의 도심 출현이 잦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상위 포식자가 없기 때문에 멧돼지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각종 개발로 인해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되고 단절돼 먹이부족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권오웅 지부장은 특히 "야생동물 포획 및 수렵과정에서 수렵견에 쫓기거나 등산객에게 놀라 이동 경로를 이탈한 개체들이 도심에 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권 지부장은 우리나라 수렵제도에 대해서도 "이제 수렵은 누구나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할 수 있게 되는 등 수렵 대중화 시대가 열린 만큼 수렵제도의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현행 수렵장 사용료, 즉 포획 승인증 제도가 녹색(20만원), 황색(30만원), 적색(40만원) 등 3가지로 나눠 수렵의 범위를 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 "차라리 외국처럼 연간 포획량을 지정해주는 링제(텍제) 등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멧돼지 개체 조절에 대해서도 "현재 피해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하는 형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해조수 구제 차원으로는 절대로 멧돼지의 피해를 줄여나갈 수 없다"며 "현재 시행하고 있는 순환수렵장 제도보다는 전국 동시 수렵허가제를 실시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홍섭기자 사진'이채근기자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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