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비자들의 권리의식이 과거에 비해 아주 높아졌습니다.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류가 활발해진 덕분입니다. 최근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까지 활용되면서 소비자들의 응집력이 강해져 기업에서도 무시할 수 없게 됐지요."
지난 1987년 한국소비자원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24년 동안 줄곧 소비자문제만 다뤄 온 손성락(51) 소비자안전국장의 소회다.
손 국장은 입사 이후 현재 몸담고 있는 소비자안전국을 비롯해 피해구제국, 정보교육국, 시험검사국, 정책연구실, 경영기획실, 대외협력실, 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 등 한국소비자원 내 전 부서에서 근무경력을 쌓았다.
그는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관심을 쏟고 있는 대상은 '이미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아니라 영'유아, 노인, 다문화가정, 장애인, 청소년, 어린이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소비자들"이라며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들의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종 소비정보를 제공하는 등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공군 장교로 군 생활을 마친 손 국장이 다니던 보험회사 생활을 접고 한국소비자원 공채시험에 응시한 이유는 뭘까?
"젊은 혈기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뭔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사기업은 왠지 '이익'만 좇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래서 공익적 성격의 준정부기관인 한국소비자보호원 공채시험에 응시했고 다행히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자원봉사로도 할 수 있는 일을 월급까지 받아가면서 한다는 행복감을 느끼고 있지요."
손 국장은 '공장도가격' '소매가격' 등 중구난방이었던 우리나라 가격표시 제도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바로잡은 일과 애완견 관련 소비자분쟁의 해결을 위한 기준을 마련했던 성과를 가장 큰 보람으로 느끼고 있다.
그는 "최근 '기업을 상대로 한탕을 노리는 단골 민원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결국 그렇게 과도하게 지출을 한 기업은 제품 원가에 지출비용을 반영하고 이는 고스란히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말수가 적고 말투가 부드러우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손 국장의 고향은 경주시 강동면 유금리다. 그는 유금리는 물론 고향, 경주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설렌단다.
"포근하고 아늑한 곳입니다. 뻐꾸기 소리가 들리고 하루에 몇 번씩 포항으로 가는 열차를 보면서 대략 몇 시인지 가늠할 수 있는 그런 정겨운 마을이지요."
4형제 가운데 장남인 손 국장은 지금도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감당하기 위해 부모님이 살고 있는 경주를 자주 찾는다.
그는 경주가 전통의 고풍스러움과 현대의 편리함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로 성장하길 기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손 국장은 대구경북 젊은이들이 보다 담대하게 삶의 방향을 잡아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아주 큰 문제에 부딪쳐도 당황하지 많고 조직 내에서 배려심을 발휘할 줄 아는 사람들이 지역출신"이라며 "어떤 일을 시작할 때의 초심만 유지한다면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국장은 황성초등학교, 월성중, 경주고,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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