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부터 신라고찰 문경 대승사(주지 철산 스님)를 지키면서 등산객과 절 손님의 길잡이 역할을 해 유명세를 탔던 진돗개 백구(본지 2005년 9월 9일자 보도)가 죽자 사찰 측이 개를 대상으로 유례없는 다비식(불교식 장례의식)을 열어줘 화제다.
21일 오후 1시 문경 산북면 대승사 입구, 불이문(不貳門) 아래 계곡 공터에서는 주지 스님 등 스님 3명과 신도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 죽은 '백구'에 대한 다비식이 열렸다.
소나무 장작 위에 얹혀져 흰 광목천을 두른 다비식장은 여느 스님들의 다비의식과 다를 바 없었다. '백구'의 혼백이 모셔졌고, '백구야 불 들어간다' 등 글귀들이 담긴 용지를 다비장 곳곳에 붙여놓은 채 백구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스님들의 독경이 이어졌다.
오랜 기간 '백구'와 함께했던 보살들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합장 기도하는 등 분위기가 엄숙했다.
아홉 살로 세상을 떠난 백구(암컷)의 사인은 노쇠. 20일 오후 상태가 심각해 대구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옮기던 중 차안에서 숨졌다.
사찰 측에 따르면 백구는 대승사 토굴이 있는 문경읍 관음리에서 태어났다. 새끼 때는 거칠고 사나웠지만 두 살 때 대승사에 와 스님들과 함께 지낸 이후로는 새벽 예불시간이면 법당 주변에서 짖지도 않고 꼼짝 않고 앉아 있는 등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주차장에서 차 소리가 들리면 얼른 달려나가 방문객을 법당으로 안내했고, 등산객에겐 사찰 뒤편 사불산과 암자 등 해발 400~500m 이상 되는 산 정상까지 길 안내를 해 온 사실이 본지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인기를 누렸다.
철산 스님은 "불교의 생명사랑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도 적용되는 만큼, 대승사의 오랜 식구 백구의 다비식은 당연하다. 일반 개의 수명이 보통 15~ 20년쯤 되는데, 백구가 9년 만에 이승을 떠난 것은 빨리 몸을 바꾸기 위해(다시 태어나서 스님이 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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