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갈릴레오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300년 되는 1942년의 어느 날 뉴턴,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금세기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태어났다. 그는 시간과 공간이 시작되는 우주의 탄생 순간에 관한 개념과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블랙홀에 관한 이론을 정립했으며, 지금도 우리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궁극적인 이론'을 찾기 위해 혼신의 힘으로 그 비밀의 문을 열어줄 열쇠를 찾고 있는 물리학자이다. 나도 20여 년 전 그가 쓴 '시간의 역사'를 읽은 것을 계기로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하는 물리학의 재미에 흠뻑 빠져서 최근에 출간된 '위대한 설계'에 이르기까지 여태껏 그가 출간한 모든 책을 읽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위대한 호킹의 업적들도 자신의 말처럼 "저의 가장 큰 업적은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입니다"란 사실에 비하면 오히려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는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매일 매일 이어지는 그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학생 때부터 물리학에 두각을 나타내며 서서히 학계의 주목을 받아가던 그는 21세 되던 1962년, 손과 발의 힘이 약해지면서 점차 물건을 들거나 걷기가 어려워짐을 느꼈다. 그런 증상 때문에 찾은 병원에서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루게릭병)이란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고 앞으로 1, 2년 정도밖에 더 살 수 없다는 절망적인 얘기를 듣는다.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이란 신경세포들이 파괴되면서 근육이 점차 마비되는 병으로 보통 진단을 받고 5년을 넘기기 힘든 드물지만 치명적인 병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삶의 의지를 회복한 그는 이후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서 물리학계에서 엄청난 업적을 쌓아갔다. 그렇지만 그간 계속 진행된 근육의 마비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건강상태도 갈수록 나빠져만 갔다. 1985년 외국 여행 중이던 그는 폐렴에 걸려 생명이 위독한 지경에 처했고, 폐렴 치료 과정에서의 후유증으로 음성마저 잃게 되었다. 이제 말조차 할 수 없게 된 그가 신체 중에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두 개의 손가락뿐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어느 컴퓨터 전문가가 손가락 두 개만을 이용해서 화면에 나타난 글자를 골라 입력하면 음성합성장치가 소리로 바꾸어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그는 이 특수 컴퓨터를 이용해서 강의를 하고 다른 과학자들과 의견도 나누었다.
그러나 그 후로도 병은 끊임없이 진행되어 마침내 남은 두 손가락마저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우주의 비밀을 풀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는 그 무엇으로도 꺾을 수가 없었기에, 또다시 눈알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안구 마우스가 만들어졌다. 이를 이용하여 그의 안구가 향하는 알파벳들을 조합하여 원하는 단어를 만들고, 문장을 꾸며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가 개발되었고 이를 통해 지금도 그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매일 매일의 생존이 기적이라 할 수 있는 호킹은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의 루카스 석좌 교수로 재직하면서 우주의 기원과 미래, 시간과 공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병원에서 살 수 있으리라 예측한 기간보다 무려 50년 이상을 더 생존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의지라는 불가사의한 능력에 대해 경외심이 생긴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수명마저도 초월할 수 있는 그 힘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주의 비밀을 밝혀보고 싶다는 순수한 의지가 그의 생명의 원동력이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인체에 관한 지식 중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하리라. 나는 각종 매체를 통해 그를 대할 때면 마치 육체는 없이 정신만으로 존재하는 사람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근래에 육체와 정신의 상관관계에 관한 여러 가지 궁금증들이 다양한 연구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정신에 관한 한 아직도 많은 부분들이 베일에 싸여 있다. 인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해야 하는 의사이긴 하지만, 나는 생명의 법칙을 거스르는 이러한 의지의 힘에 관한 비밀들은 수수께끼로 남아 과학적 해석보다는 철학적 탐구의 대상으로만 존재했으면 좋겠다.
강민구/KMG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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