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지도 못하고 꺾인 꽃' 청소년 자살 더 이상 안된다

의논할 사람 없어…40% '혼자 끙끙', 교사와 상담 1.7%뿐

학우들의 집단 괴롭힘을 못이겨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대구시 수성구의 A중학교의 학생들이 23일 등교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학우들의 집단 괴롭힘을 못이겨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대구시 수성구의 A중학교의 학생들이 23일 등교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0일 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린 중학생이 아파트에서 몸을 던지면서 청소년들의 자살 충동과 이에 대한 해소 문제가 교육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지역 청소년들은 중학교 2학년 때 자살 충동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 충동을 느낀 청소년이 교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는 10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생명의전화 자살예방센터가 최근 대구 북구지역 중'고등학생 3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 대구 지역 청소년 자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처음 자살 충동을 느낀 시기는 중학교로 28.9%를 차지했다. 특히 중학교 2학년 때 자살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는 응답지수가 27.5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3학년은 27.13, 1학년은 23.93이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자살 충동 시 대처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응답자 중 75%가 '자살 생각을 잊을 때까지 기다렸다'고 대답한 것. 주변 사람들과 의논한 학생은 100명 중 불과 3명(3.0%)에 불과했고, 자살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5.0%)하거나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경우(1.0%)까지 있었다.

자살 충동 이유로 '힘든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라는 응답이 2.53(최솟값 1, 최댓값 3)으로 최댓값에 근접했다. 이는 학업 스트레스나 '왕따' 등을 당했을 때 상담이나 전학, 휴학 등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자살'을 고민한다는 의미다.

더구나 자살 충동을 느낀 청소년들이 부모나 교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었다. 주변과 상의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39.5%나 됐고, 친구와 상의한다는 응답이 29.2%를 차지했다. 특히 선생님을 찾는다는 청소년은 1.7%에 그쳤다. 응답 학생들은 "교사에게 속내를 털어놔도 해결되기는커녕 일만 더 커진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 전담반'이나 퇴직 경찰관을 배치하는 '배움터지킴이' 등 1차원적 대책으로는 청소년 자살을 전혀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교육 복지사가 배치된 전문상담실을 운영하거나 자살 예방 교육이 효율적이지만 외면받는 현실도 문제라는 것이다.

대구생명의전화 자살예방센터 김지혜 사회복지사는 "가정에서는 가족 화목도를 높일 수 있는 관계회복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학교에서는 자살 예방을 위한 상담 및 교육 인력을 확충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구생명의전화 자살예방센터 1588-9191.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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