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안보정국 상황이지만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당 쇄신을 위해 정중동(靜中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긴급 독대에 나서는가 하면, 계파 갈등의 한 축을 이뤘던 의원들과 당 화합을 위해 애쓰자고 당부하는 등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보였던 경계와 견제 모드에서 화합 모드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22일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회동했다. 지난 6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한 직후의 회동 뒤 6개월 만이다. 20분 정도냐, 50분이냐 회동 시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박 전 대표가 청와대의 예고 없는 긴급 독대 제안에 응한 것으로 확인돼 최근 이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나선 한나라당 분위기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박 위원장은 회동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중책을 맡고 나서 처음이라 따로 잠시라도 티타임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대통령이) 일부러 마음을 쓴 것 같다"며 "예산과 현 시국에 대한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이-박 회동에서는 앞으로의 대북 관계에서부터 민생, 복지, 당 쇄신 방향, 비대위원 구성이나 공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위원장이 야당의 국회 조문단 파견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부 입장과 보조를 맞춘 데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고맙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이재오 의원의 출판기념회에는 축전을 보냈다. 친박계 출판기념회도 자리를 가렸던 그가 계파화합을 위해 친이명박계의 좌장에게 축전을 보낸 것이다. 이례적인 일이다. 쇄신을 위한 화합에 모두 나서자는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재창당 없이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못박은 박 위원장으로서는 첫 번째 과제가 계파 해체나 계파 화합이 될 수밖에 없다.
박 위원장은 축전에서 "지금은 모두가 힘든 시기인데 이 의원님이 미래와 희망, 책임의 정치를 통해 우리 정치와 국가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것을 전후해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에게도 인사차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당 화합을 위해 함께 힘써줄 것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그간 정 전 대표와 김 지사는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계속 제동을 걸면서 '박근혜 흔들기' 발언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전화 때문인지 이후 정 전 대표와 김 지사로부터 박 위원장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당 쇄신을 이룬 뒤 총선에 임하자는 데 합의를 이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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