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의 청년, 세계에 비빔밥을 알리다
"비빔밥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강상균·김명식(31), 정겨운(28.여), 김수찬(26), 박현진(22.여)씨 등 5명의 젊은이들은 무려 255일 동안 세계 각국을 돌며 비빔밥 홍보 활동을 마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들은 '비빔밥 유랑단'이란 이름으로 지난 4월5일 출국해 중국 베이징을 시작으로 태국, 인도, 스웨덴, 스페인, 프랑스, 영국,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15개국 23개 도시를 순회한 뒤 지난 16일 귀국했다.
이들이 그간 펼친 '비빔밥 테이블'은 99차례. 모두 8천540명의 외국인이 비빔밥을 맛보고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비빔밥 인기가 가장 높았던 곳은 미국 뉴욕. 정겨운씨는 "미국 동부지역은 한식을 고급문화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비빔밥을 시식한 사람들마다 '맛있다'를 연발했다"면서 "어떤 사람은 '사업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파리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지에서는 비빔밥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길게는 100m 이상 장사진이 펼쳐졌으며, 준비한 비빔밥이 동이 나는 바람에 단원들이 끼니를 거르는 날도 허다했다.
반면 인도에서는 비빔밥이 크게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야외에서 음식을 나눠주는 것에 대한 경계심과 함께 종교적인 이유로 비빔밥에 들어가는 계란과 고기에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홍보에 애를 먹었다는 것.
이들은 '더 늦기 전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한번 해보자'는 '객기'가 발동해 멀쩡한 직장도 때려치고 비빔밥 대장정에 나섰다.
리더인 강상균씨와 김명식씨는 연세대와 부산대를 각각 졸업한 뒤 LG유플러스에 함께 입사해 2년간 재직하다 지난해 말 과감히 사표를 던졌고, 고려대를 나온 정겨운씨도 모임에서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의 계획을 전해듣고 외국계 은행을 뛰쳐나왔다.
김수찬씨는 지난 1월 학사장교 복무를 마친 뒤 친구의 소개로 합세했고, 막내인 박현진씨는 외국어대를 휴학하고 지난 6월 중순 영국 런던에서 합류했다.
소요 경비는 각자 1천만∼1천500만원을 추렴하고 CJ 비비고, 밀레, SK텔레콤 등 기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이들은 이번 활동을 통해 비빔밥을 비롯한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확인하면서도 방법론 측면에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깨우쳤다고 입을 모았다.
김수찬씨는 "맛도 중요하지만 서빙이나 음식을 소개하는 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각국의 한국식당은 현지어를 잘 못하는 종업원이 손님을 맞고 있기 때문에 불친절하다는 오해를 사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현진씨도 "현지인들이 비빔밥 재료를 마트나 시장에서 직접 구입해 조리를 해먹을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비빔밥을 알리는 데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정부는 이런 부분도 감안해 한식 세계화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또 비빔밥에 수반되는 콩나물국 대신 현지 음식문화에 맞춰 와인과 콜라 등을 곁들이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며, 나물 대신 현지 야채 위주로 재료를 선택하는 것도 비빔밥의 세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bibimbop', 'bibimrice' 등 지역별로 제각각인 비빔밥의 영문 표기를 통일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지목했다.
이들은 오는 29일 서울 홍대 앞 트릭아이미술관 로비에서 100번째 시식회를 갖는 것으로 이번 비빔밥 대장정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앞으로 각자 새로운 직장을 찾거나 학교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힌 이들은 비빔밥 홍보 경험을 책으로 묶어 펴낼 예정이다. 또 제2기 비빔밥 유랑단을 결성할 생각도 갖고 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8개월동안 전세계를 돌며 비빔밥을 알린 '비빔밥 유랑단'. 왼쪽부터 김명식, 박현진, 강상균, 정경운, 김수찬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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