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1년 쏟아진 말·말·말…망언과 명언 베스트

현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주민 투표율 25.7%는 사실상 승리

2011년의 끝자락. 늘 연말이면 '다사다난'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듯 올해 역시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특히 '말'로 구설에 오른 인물들도 많았고, '말' 한마디로 감동을 가져다준 이들도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각종 '망언'이 판을 쳐 어떤 말은 국민을 황당하게 했고, 때로는 분노에 들끓게 했다. 올 한 해 어떤 말들이 있었는지 돌아봤다.

◆망언 베스트 5?

최근 인터넷에서 검색 순위 상위에 랭크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한 트위터리안(@ifkorea)이 올린 '2011년 망언 베스트 5'다. 그가 꼽은 올해 최고의 망언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현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발언. 지난 9월 30일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돈을 안 받은 선거를 통해 탄생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흑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임기 말에 접어들면서 각종 측근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트위터리안들도 이 대통령의 발언을 가장 최고의 망언으로 꼽았다.

2위는 지난달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단 한 번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적 없다"고 말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단언하느나" "미네르바 박대성 씨에 대해 무리하게 법 집행한 것 아니냐"는 등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의 질문에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적이 없다"고 받아쳐 눈총을 받았다.

3위는 강용석 의원 제명안 처리 당시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지겠나"라고 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발언이 올랐다. 지난해 7월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강용석 의원의 의원 제명안을 놓고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무기명 표결에 부치는 과정에서 김 전 국회의장이 강 의원을 감싸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것. 김 전 국회의장은 비공개로 열린 이날 본회의에서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는 성경 문구를 인용한 뒤 "여러분은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요?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라며 "김영삼 총재 징계의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실 것입니까? 이 정도 일로 제명한다면 우리 중에 남아있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라며 강용석 의원을 두둔했다.

4위는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했던 발언인 "FTA는 천국으로 가는 길"이 꼽혔으며, 5위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춘향전은 변 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 발언이 뒤를 이었다. 김 경기도지사는 춘향이 발언으로 '따먹 문수'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평소 워낙 말이 없는데다 입을 열더라도 짧은 한마디로 표현하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올해는 구설에 올랐다. 박 전 대표는 지난 9월 고용센터 방문 중에 한 기자가 '안철수 원장이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앞섰다'며 의견을 묻자 "병 걸리셨어요? 여기서는 정치 얘기는 그만하고 중요한 고용과 복지 얘기를 좀 하죠"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을 분노케 한 말들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올 한 해 수차례 '망언'으로 언론에 회자됐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사건으로는 지난 11월에 화제가 됐던 '아구통' 발언이었다. 홍 전 대표는 11월 15일 여의도 당사 인근 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 한 만찬 자리에서 "친한 기자와 내기를 했는데 11월 안에 한미 FTA를 통과시키지 못하면 내가 100만원을 주기로 했다"면서 "반대로 이달 내 통과시키면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 안경을 벗기고 '아구통'을 한 대 날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가 중대사를 두고 돈내기를 한 것도 모자라 이기면 기자를 구타하겠다는 발언의 천박함이 경악스럽다"고 비판했다.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던 발언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율을 두고 "25.7%는 사실상 승리한 게임"이라고 표현한 것이었다. 8월 24일 치러졌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최종 투표율이 개표 기준인 33.3%에 미치지 못하고 25.7%에 그침에 따라 215만7천744표가 담긴 투표함은 열리지도 못한 채 곧장 각 자치구 선거관리위원회의 창고로 향했던 것. 홍 전 대표는 투표 당일 '사실상 승리' 발언도 모자라 다음날인 25일에도 "이번 투표율을 보고 오히려 (내년 4월) 서울 총선의 희망을 봤다. 역사는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을 포퓰리즘 정치의 원조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홍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시골의사'로 불리는 칼럼니스트 박경철 씨는 트위터에 "25% 투표율이 사실상 승리면, 파리도 사실상 새"라는 글을 올려 홍 대표 발언을 비꼬았고,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는 "그런 논리로 보면 진중권도 싱크로율로 보면 사실상 장동건"이라고 패러디했다. 또 네티즌들은 "등록금 25%만 내면 사실상 완납" "국회의원 임기 25.7% 넘었으니 사실상 종료" "수능 25%만 맞혀도 사실상 만점" "25.7% 세일이면 사실상 공짜" 등의 '사실상 패러디' 놀이를 하며 그의 발언을 비꼬았다.

7월에는 여기자에게 폭언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질문하는 취재 여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것. 홍 대표는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를 방문하고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삼화저축은행 불법 자금이 한나라당 전당대회로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의 진위를 묻는 경향신문 모 여기자의 질문에 "그걸 왜 물어봐? 너 진짜…"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홍 대표는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나한테 이러기야? 내가 그런 사람이야. (민주당에서)내 이름 말했어?"라고 응수하자, 해당 기자는 "야당에서 실명을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고 답하며 잠시 설전을 벌였다. 홍 전 대표는 자리를 뜨면서조차 다시 해당 여기자에게 "홍준표가 그런 사람이냐. 버릇없이 말이야"라고 말하며 차에 올랐다.

◆감동을 주는 말 한마디가 아쉬워

정치권에서는 국민을 분노케 하는 각종 망언들이 판을 쳤지만 연예계와 사회 숨은 곳에서는 명언들이 사람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줬다.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3'에서 울랄라세션은 줄곧 안정된 노래와 춤 실력으로 무대를 압도하면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중에서도 위암으로 투병 중인 리더 임윤택 씨는 숱한 '어록'을 남기며 시청자들을 울렸다. "난 무대에서 노래하는 녀석이다. 무대에 올라가면 아픔이 잊혀진다"고 했고, "얼마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팀은 뭐든 잘하는 팀이 아니라 뭔가 소중한 거 포기한 사람이 모이는 거다"라는 말도 했다. 울랄라세션은 특유의 안무를 곁들여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어떻게? 긍정적으로!"라고 외친다.

2009년 11월 300억원가량의 부동산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한 김병호(70) 서전농원 대표의 부인 김삼열(61) 씨가 올 9월 5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또 쾌척했다. 김병호 대표는 "돈 버는 것은 기술, 쓰는 것은 예술"이라는 신념을 밝혀 감동을 줬다.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 씨도 숱한 어록을 남겼다. "3등은 괜찮다. 하지만 3류는 안 된다" "긴장하면 지는 거고, 설레면 이기는 겁니다" "'여기까지'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항상 '이제부터'입니다" 등의 명언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지난 11월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남긴 명언들도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05년 6월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죽음에 대해 언급하면서 "아무도 죽길 원하지 않는다. 천국에 가고 싶다는 사람조차 죽어서 가고 싶지 않다. 그래도 죽음은 우리 모두의 숙명이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그래야만 한다. 왜냐하면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 '죽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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