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 호황? 나한테 물어봐!…새해 달력 작년보다 30%↓

구하기 힘들면 불황…개성 톡톡 아트달력 인기

달력 재단작업은 인쇄선에 맞게 자르는 작업으로 인쇄물이 충분히 건조된 뒤에 진행한다. 정합 작업은 월별로 잘라놓은 달력을 순서에 맞게 조합하는 것이다.
달력 재단작업은 인쇄선에 맞게 자르는 작업으로 인쇄물이 충분히 건조된 뒤에 진행한다. 정합 작업은 월별로 잘라놓은 달력을 순서에 맞게 조합하는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새해 달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또 은행이나 농협을 비롯해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관이나 기업들은 새해 달력을 나누어 주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근래 몇 년 전부터는 '달력 구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시민들이 많다.

달력은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기가 나쁠 때 기업이 먼저 감축하는 것이 홍보 부문이고, 그 중 하나가 달력이다. 그래서 '달력 구하기 힘든 연말'은 경기 혹은 체감경기가 나쁜 해라고 보면 무방하다.

올해 '달력 경기'는 어떨까?

달력 제작자들은 "올해 달력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가량 줄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은 날짜만 크게 씌어 있는 것으로 시력이 좋지 않은 어른들이 선호하는 '숫자판 달력'이다.

◆달력의 종류

달력의 종류는 날짜와 디자인, 제본 방식에 따른 구별, 벽걸이와 탁상용 등 용도에 따른 구별, 주문제작 방식에 따라 기성품 달력, 아트 달력(작품 달력) 등으로 나누어진다.

날짜를 중심으로 볼 때, 날짜만 크게 씌어 있는 '숫자판 달력'과 그림과 날짜가 다양한 비율로 혼재된 달력, 3개월을 한꺼번에 기록한 달력(예: 1월을 중심으로 12월과 2월을 함께 게재)이 있다. 한 달을 기록한 달력이 보통이지만 일주일을 기록한 달력과 하루하루를 찢어내는 '일력'도 있다.

주문판매 형태에 따라 특정 업체의 요구에 맞게 제작하는 '독판 달력', 여러 가지 디자인으로 미리 기성 제품을 제작해놓고 아래에는 업체의 상호만 인쇄하는 '기성달력'이 있다. 여기에 근래에는 달력작가의 개성을 담아 제작한 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대형서점과 문방구점 등에서 판매하는 '작품 달력'이 인기를 끌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독판과 기성품 벽걸이 달력이 대세였다. 그 시절 소비자들에게 달력은 '구매'의 대상이 아니라 '선물받는 것'이었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무료로 배포하는 홍보물이라는 개념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벽걸이 달력, 그중에서도 날짜만 크게 씌어 있는 달력은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홈 인테리어에 관심이 커지면서 멋없는 '날짜 달력'을 벽에 걸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달력 제작은 보통 9월쯤 준비작업을 시작해 추석을 전후해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하고, 연말에 끝이 난다. 제작과정은 크게 디자인, 인쇄, 재단, 정합(순서대로 배열), 구멍뚫기, 제본, 포장으로 구별할 수 있다.

◆선물에서 구매로

1990년대까지 달력은 '선물용' '홍보용'이 거의 전부였다. 요즘 흔한 작품 달력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이철수 판화 달력, 남궁산 판화 달력 등 3, 4종류와 수입 달력이 전부였다. 수입 달력은 우리나라 기념일이나 휴일 등을 게재하지 않아 큰 인기는 없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면서 달력 문화는 일대 전기를 맞는다. 기업들의 무료달력 제작과 배포가 급감하자 달력을 구하기 힘들어진 소비자들이 '구매'쪽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맞춰 신진 디자이너들이 대거 시장에 등장하면서 세련되고 예쁜 '아트 달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달력을 구매해서 사용한다'는 개념은 2002, 2003년부터 일반화됐다.

'아트 달력'은 아름다움과 이채로운 디자인으로 급속하게 확산됐고, 대형서점과 문구점은 '아트 달력'으로 넘쳤다. 2005년 대구에서 '아트 달력' 판매 1위를 기록했던 '페인팅레이디 디자인' 김계희 대표는 "2006, 2007년은 '아트 달력'의 홍수기였다. 전국적으로 80여 종의 아트 달력이 판매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트 달력'의 군웅할거시대는 얼마 가지 못했다. 달력은 연말에 반짝 판매될 뿐 연중소비가 이루어지지 않는 제품이다. 웬만한 판매량을 달성하지 않고는 달력만으로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없는 업체와 개인들이 잇따라 폐업했고, 현재는 약 30종의 '아트 달력'만 남아 판매되고 있다.

◆트렌드와 제작소

달력 디자이너와 제작소 대표들에 따르면 현재 달력 트렌드는 디자인이 강화되는 '아트 달력'과 '친환경 달력' 위주로 재편되는 경향이다. 인체에 무해한 콩기름으로 인쇄하는 달력, 무염소 표백 펄프로 제작한 달력, 따뜻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일러스트 달력, 스프링 대신 한 줄 끈을 사용해 제본한 달력 등이 주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180도 완전히 펴지는 신(新)제본방식을 도입한 달력도 등장하고 있다.

'아트 달력' 판매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기성품 달력의 디자인도 한결 세련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기성품 달력 제작에서도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이 들어가거나 사진과 그림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제본 전문기업 '상상제작소' 김서현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달력 제작 규모는 최소 5천만 부다. 이 중 대구에서 생산하는 달력이 약 15%에 달한다고 한다. 대구는 인쇄 분야가 비교적 강하고, 달력 생산에서도 이런 강세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구에는 현재 상상제작소를 비롯해 고문당, 제일, 동아종합 등 대형 달력 제작사가 6개 정도 있다. 그 외 대구시 중구 남산동을 중심으로 중소규모 제작사도 상당수에 달한다. 소규모 업체의 경우 수작업만 하는 업체, 무선(풀)제본만 하는 업체, 링 제본만 하는 업체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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