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디 갔어? 성탄 캐럴, 크리스마스 실…

자취 감춘 길보드 노점상, 카드, 편지 쓰기도 줄어

2011년 크리스마스 풍경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흥겨운 축제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고 차갑고 냉랭한 기운만이 거리에 감돌 뿐이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선물 하나 받기 위해 한참 전부터 목 빼고 기다렸던 것과는 달리 요즘의 크리스마스는 하고많은 기념일들 중 하나로 취급받는 것처럼 보인다.

그 흔한 캐럴도 이제는 듣기 힘들어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가수들마다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을 발매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송창식, 김세환, 양희은, 이연실, 4월과 5월 등 포크가수들뿐만 아니라 패티김, 펄시스터즈, 이미자, 나훈아 등 인기가수들이 너도나도 캐럴 앨범을 선보였었다. 또 우리나라 캐럴 앨범 중 가장 많이 팔렸다는 심형래의 코믹 캐럴을 비롯해, 임하룡'김정식 등 당대의 유명한 개그맨들 역시 캐럴 앨범 제작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제 가수들은 더 이상 캐럴 앨범을 제작하지 않는다. 디지털 음원으로 옮아가면서 음반 산업 자체가 깊은 불황의 늪 속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캐럴을 듣기 힘들어진 것은 수많았던 '길보드 노점상'들의 리어카가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온라인을 통해 MP3로 음악을 간편하게 내려받으면서 길거리 곳곳에 자리 잡고 있던 불법 복제 카세트테이프와 CD 판매상들이 사라진 것.

크리스마스 카드 역시 구경하기 힘들어졌다. 예전에는 12월에 들어서면 문구점 가득 크리스마스 카드 진열대가 놓였고, 이를 사기 위한 구름 인파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지만 이제는 구석진 곳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이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간편한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손으로 글을 쓰고 번거롭게 우편함을 찾아야 하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더 이상 찾지 않게 된 것이다.

크리스마스 카드 우표 옆에 나란히 붙어 있던 크리스마스 실도 이젠 구경하기 힘들어진 품목 중 하나다. 다양한 디자인으로 수집하는 재미도 쏠쏠했던 크리스마스 실은 편지를 쓰는 일이 줄어들고 한때 학생들에게 강매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그 수요가 급감했다.

한윤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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