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1 대한민국 크리스마스, 최악·최고의 선물은?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란

서양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최대의 명절로 꼽히지만 우리들에게 크리스마스는 흔히
서양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최대의 명절로 꼽히지만 우리들에게 크리스마스는 흔히 '연인의 날' '솔로들에겐 지옥인 날'로 인식된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내일은 크리스마스. 왠지 말만 들어도 설레는 날이다. '아기 예수가 오신 날'이라지만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데는 종교 불문이다. 기독교인이라면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며 한 해의 끝자락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며 뜻깊은 하루를 보내겠지만,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할 것 같고 작은 선물 하나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날이다. 추운 날씨에도 거리엔 온통 커플들로 넘쳐나고 캐럴이 울려 퍼진다. 가정에서는 작은 케이크 하나와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들로 따뜻한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이것도 가족'연인 간에 애정이 넘칠 때 일이다. 흔쾌히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는 애써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 또 하나의 피곤한 기념일이다. 솔로에게는 한 해 중 가장 괴로운 하루로 손꼽힌다. 2011년 끝자락,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크리스마스란 어떤 의미인가?

◆사랑하는 이들의 웃는 얼굴이 보고파

교회에 다니는 김수환(40) 씨는 요즘 저녁마다 아이들을 교회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일에 바쁜 나날을 보낸다.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생인 아이들이 성탄절 이브에 있을 공연 준비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니 기분 좋은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난해 갓 태어난 아기가 황달에 걸려 크리스마스를 병원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보냈던 이지영(29'여) 씨는 올해는 가정에서 사랑하는 딸과 남편과 함께 아늑한 하루를 보낼 생각에 설렌다고 했다. 크리스마스에도 일을 해야 하는 간호사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또 아기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경 써 달라는 애교 차원에서 케이크까지 사다줘 가며 노심초사했던 것. 이 씨는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는 이번이 처음인 만큼 정말 기억에 남을 기분 좋은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 결혼해 첫 크리스마스를 맞는 황선욱(30) 씨는 용돈을 쪼개고 쪼개 아내에게 선물할 목걸이를 마련했다. 황 씨는 "한 달에 20만원 받는 용돈(주유비 제외)으로 식사 해결하고 커피 한 잔 사 마시기도 빠듯하지만 어떻게든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 벌써 5개월 전부터 용돈을 모았다"며 "값은 비싸지 않지만 기쁘게 받아주는 그 얼굴이 보고 싶었다"고 했다.

대학 입학 후 처음 사귄 남자친구를 위해 김연수(20'여) 씨는 지난달부터 뜨개질을 배웠다.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선물도 많지만 자신만이 해줄 수 있는 정성 가득 담긴 선물을 고민하다 직접 커플 모자와 목도리를 뜨기로 한 것. 김 씨는 "돈을 주고 산 것보다 짜임도 엉성하고 모양도 덜 예쁘겠지만 정성이 담겨 있으니 더 좋아할 것 같다"고 했다.

◆부담스러운 날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커갈수록 부모들은 선물값 걱정에 시름에 쌓이게 된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최호정(43) 씨는 이달 초부터 딸이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졸라대는 통에 머리가 아프다. 최 씨는 "지난해에는 남동생과 의기투합해 닌텐도 게임기를 사달라고 졸라대더니 올해는 스마트폰을 갖고 싶다고 하는데 값이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질 않는다"며 "아이들이 커 갈수록 친구들끼리 비교가 심해지면서 값비싼 선물을 요구하니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했다.

권석현(34) 씨는 며칠째 아내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이 갖고 싶다는 강아지 한 마리를 사 주자는 권 씨와 절대 안 된다는 아내가 대립하고 있는 것. 권 씨는 "집안 청소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 입장에서야 당연히 동물을 키우는 일이 싫을 수밖에 없지만 아이들이 그렇게 애원을 하니 들어주고 싶은데 아내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인이 있다고 해서 크리스마스가 다 즐거운 것은 아니다. 남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여자친구를 감동시켜야 하나 고민해야 하는 골치 아픈 날이기 때문이다. 황모(33) 씨는 "매년 여행 가고, 비싼 선물 해주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올해는 그냥 대충 넘기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분명히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특히 여자친구 선물은 해주면서 어머니 선물은 안 해줄 수도 없는 일이라 더욱 부담이 크다. 황 씨는 "은근히 서운해할 어머니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부모님 선물까지 챙겨야 하다 보니 사실 크리스마스는 명절에 육박하는 선물 비용이 지출되는 부담스러운 날"이라고 했다.

사실 고민해서 선물해 봤자 받는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허탈한 일도 없다. 강진원(24) 씨는 "지난해 여자친구에게 자신이 살면서 가장 감동 깊게 읽은 책이라면서 선물했다가 분위기 없다는 핀잔만 들었다"며 "올해는 여자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옷이나 화장품 종류를 골라볼까 하는데 취향에 맞는 제품을 어떻게 고를지 걱정"이라고 했다.

사실 받아도 기분 좋지 않은 선물도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6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크리스마스 때 가장 받고 싶지 않은 선물로 꽃다발이 꼽혔다. 남성의 39.2%, 여성의 44.2%가 꽃다발을 가장 기피했으며, 책 또는 CD(16.5%), 정성이 담긴 크리스마스 카드(9.8%)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는 남자는 옷과 목도리'장갑 등과 같은 의류, 여성 직장인은 시계와 반지 등 액세서리를 꼽았다.

◆솔로들에겐 가장 끔찍한 날

솔로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차라리 달력에서 없어져 버렸으면 좋을 끔찍한 날이다. 크리스마스가 연인들의 날 밸런타인데이와 새해 첫날을 누르고 1년 중 싱글들이 가장 외로운 날 1위에 꼽힌 것. 소셜데이팅 이음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0, 30대 성인 남녀 1천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81%가 크리스마스를 가장 외로운 날이라고 꼽았다.

한 달 전 2년을 만나 오던 연인과 헤어진 황모(34) 씨는 이번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가슴만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도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괜스레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는 것이 솔로들의 심리인 것. 황 씨는 "솔로인 친구들과 술이라도 한잔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이미 상당수 친구들이 장가를 가 애 아빠이다 보니 딱히 놀아달라고 할 친구도 없어 혼자 영화나 잔뜩 보며 집에서 뒹굴 생각"이라고 했다.

아예 홀로 여행을 계획하는 솔로들도 상당수다. 직장인 박민주(28'여) 씨는 혼자 홍콩으로 여행을 떠난다. 박 씨는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이다 보니 연휴가 없어졌지만 괜스레 혼자 이곳에서 우울해하는 것보다는 뭔가 즐길거리를 찾아 나서고 싶었다"며 "금요일 밤에 출발해 월요일 새벽 돌아오는 '밤도깨비 여행' 코스를 선택해 쇼핑이나 즐길 예정"이라고 했다.

추운 겨울을 함께 보낼 짝을 찾기 위해 소개팅 대장정에 돌입하는 솔로들도 있다. 하모(26'여) 씨는 "친구들과 회사 선배들을 졸라 소개팅 3건을 예약해 뒀다"며 "적어도 시간을 보내는 데 지루하진 않겠고, 운이 좋다면 인연이 닿는 좋은 짝을 만날 수 있을 거란 약간의 기대감도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인연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소셜데이팅 앱을 통해 서로 미리 호감도를 확인한 뒤 마음에 드는 이성을 소개받을 수 있는 다양한 앱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상대의 스타일을 미리 보고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에다, 첫 만남에 드는 데이트 비용을 아끼는 효과도 있다. 반면 여성은 연령, 직업과 같은 프로필 외에 취향이나 일상까지 확인할 수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일정시간 대화를 먼저 나눠 본 뒤 서로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만 연락처가 공개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

이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까지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남성의 55%와 여성의 33%가 '애인 생길 때까지 소개팅'을 선택했으며, 크리스마스를 앞둔 싱글 남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연휴를 함께 보낼 이성을 찾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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